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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인터뷰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3.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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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도서정가제’ 지켜야”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 한국출판유통 구조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위탁판매라는 점이다. 책을 서점에 납품하고도 대부분의 출판사가 납품비를 어음으로 받기 때문에 어음이 현금화되는데 3-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서점 입장에서는 납품된 책이 다 팔린다는 보장이 없어서 현금 지불을 미루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3-6개월 기간을 정해놓고 팔리는 것만 회수해 납품비를 받기로 한다면, 자금회전을 위해 적어도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기간동안 버틸 수 있는 탄탄한 재정구조를 가진 출판사들이 많지 않다.

△ 수도권 이하의 지역에서는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구하기 힘들다는데.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원치 않기 때문에 책이 없는 것이다. 서점에 진열돼도 팔리지가 않으니, 서점에서 책을 들여놓으려고 하지 않고 출판사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유통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가 필요할 때도 책을 못 찾는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도매상은 서지목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느 책이 어느 서점에 있는지 찾기도 어렵다.

△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타개책은.
일단, 출판사들이 저마다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백화점식으로 이 책 저 책 만들어내서는 경쟁력이 없다. 또, 도서관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책에 대한 접근성을 키워주기 위해서 학교 도서관에 양서들을 들이고 환타지 소설부터 잡지에 이르기까지 어떤 책이든 볼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인문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수요도 생긴다. 고등학교, 대학교, 구 단위 지역도서관 등에 인문사회과학 도서들이 납품되다 보면,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의 재정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도서정가제가 출판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해왔는데.
도서 정가에 대한 불신이 크다. 책값에 대한 불신은 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인터넷 서점과 홈쇼핑에서 파격세일로 판매하는데 책은 가전제품과 달리, 가격 경쟁만으로 승부해서는 안 된다.
 문화상품인 책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궁극적으로 출판사와 도매상, 서점이 합의할 수 있는 ‘할인율’을 만들어 지켜야 도서정가제가 확립되고 출판유통구조도 안정될 것이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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