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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나토 가입을 향해 나아가는 우크라이나
[글로컬 오디세이] 나토 가입을 향해 나아가는 우크라이나
  • 매흐맷 파티흐 오주타르수 한국외대 EU연구소 선임연구원
  • 승인 2021.08.04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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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브리즈 2021' 훈련이 진행 중인 지난달 7일 미국 USS로스 구축함 선원들이 건너편 상공의 러시아 전투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P/연합
'시 브리즈 2021' 훈련이 진행 중인 지난달 7일 미국 USS로스 구축함 선원들이 건너편 상공의 러시아 전투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P/연합

 

우크라이나와 나토(NATO) 회원국들은 지난 7월 첫째 주에 흑해에서 ‘시 브리즈(Sea Breeze)’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앞서 6월 말 영국 군함이 크림해 연안 흑해 해역에 진입하면서 러시아와 긴장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영국 군함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사이의 직항로를 따라 크림해 연안 12마일 안쪽을 항해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이스라엘, 모로코, 일본, 호주를 포함한 약 30개국이 배 32척, 항공기와 헬기 40대, 군인 5천명을 훈련에 동원했다. 해상, 육지, 공중을 통틀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기동훈련으로 기록됐다.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 가입 과정의 일환으로, 나토 표준에 맞춰 우크라이나의 역량 수준을 높이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목표가 있다.

1990년대부터 미국 자본에 의해 진행된 이 훈련에는 1998년 러시아가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국제 정치의 지형도가 바뀌었고, 나토와 러시아의 협력은 오래 가지 못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나토의 긴밀한 협력국인 우크라이나에게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시 브리즈 훈련은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으로 부상했다.

 

크림반도의 주권은 누구의 것인가

 

2014년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다. 현재 모스크바는 크림 해안 주변 지역이 러시아 해역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 일대의 어떠한 외부 개입도 러시아 입장에서 국가 안보의 위험이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2014년 양국이 전쟁을 벌이면서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동부를 잃었다. 같은 기간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긴밀한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마찬가지로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치렀고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영토를 잃은 또 다른 흑해 연안 국가 조지아도 있다. 오늘날 두 나라는 친서방 외교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나토는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회원국의 자격을 보증했고 이는 러시아와 나토 사이 직접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긴장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국가는 주민들의 자결권을 존중해야 한다. 크림 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압하지야, 남오세티아에 대해 키예프와 트빌리시 정부는 사람들의 결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러시아가 무력 점령 직후 크림반도에서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를 보면 유권자의 96%가 러시아 합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 결과를 절대 인정하지 않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관계는 더 악화됐다.

지난 3월, 나토의 사무총장 스톨텐베르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두 국가의 정치적,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양국이 나토의 임무와 작전을 돕고 있다는 사실도 환영한다."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 ‘나토2030’의 일환으로 행해진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곧 나토의 새로운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그의 기대가 만방에 알려졌다. 그는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 활동 중인 흑해 지역에서 나토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혁이 필요하다.

 

조금씩 어긋나는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속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시간 낭비할 새가 없다. 러시아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포괄적인 개혁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약속이 필요하지만 이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들의 국가적 지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 과정을 완수할 때까지 기다릴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이 상황을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투쟁으로 본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민주주의 정상 회의 개최 약속을 키예프는 높이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안에 우크라이나에 미래(자리)가 있는지’ 계속 묻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러시아에 성공적으로 저항하고, 수년간 전쟁을 통해 경험을 쌓았으며, 지속적으로 소련 이후 공화국으로서 서구적 가치를 대변해 왔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회원 자격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나토는 2008년 정상회담에서 회원 가입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역 상황은 그 시기부터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나토는 러시아와의 긴장 수준을 높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시대 이후 미국의 국제 분쟁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매흐맷 파티흐 오주타르수
한국외대 EU연구소 선임연구원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에 거주하며 연구를 이어온 터키 출신의 학자이며, 코카서스 지역의 다양한 싱크탱크와 미디어 기관에서 근무했다. 한국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케임브리지 스콜로지 출판사가 출판한 학술서 『Contemporary Issues in International Relations: Problem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의 공동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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