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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 건국대 교수, 금성교과서 비판
신복룡 건국대 교수, 금성교과서 비판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3.2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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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교과서 좌우감각 상실" vs. 교과서 검정시스템 몰이해 탓

교과서를 둘러싼 학계의 갈등은 언론의 부추김에 추동된 감이 있다. 하지만 그 배후야 어떻든, 이번 논쟁을 매개로 해서 우리 역사에서 합의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한 논쟁과 토론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역사의 아주 세부적인 수준에서까지 일일이 견해가 다르다면, 그리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큰 틀에서의 대립 때문에 논외로 간주된다면 이것은 결국 후속 연구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최근 '월간 조선'이 3월호에 요약게재한 신복룡 교수의 금성교과서 비판과 이에 대한 학계의 의견, '교과서 포럼'의 동향을 살펴봤다. <편집자>

▲ © 금성출판사

지난 1월 25일 보수성향의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 발족한 ‘교과서 포럼’(이하 포럼)이 금성출판사판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이하 금성교과서)에 대해 비판한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교과서 이념논쟁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월간 조선’은 포럼 측이 주최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라는 심포지엄에 참여한, 신복룡 건국대 교수(정치학)의 종합토론 발표내용을 ‘左派학자가 본 高校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라는 제목으로 3월호에 게재해, 이념논쟁을 지속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여운형 상대파인, 우파 민족주의 안 다뤄

신 교수의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신 교수는 토론 첫머리에서 금성교과서의 좌파적 시각을 문제 삼았다. 역사서가 아닌 교과서이기 때문에 하나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매우 좌파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하고, “세상을 폭넓게 보아야 할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는 좌우의 균형을 이루면서 보편적 지식을 폭넓게 가르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료와 방법론 측면에서도 해방정국에 관한 좌파적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좌파 사학자들은 자료로부터 결론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그에 적합한 자료를 찾아 결론을 뒷받침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건국동맹-건국준비위원회-인민공화국으로 이어지는 여운형을 해방정국의 주도세력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은 편파적으로 사료를 취사선택하고 있는 사례라는 것. 신 교수는 “해방정국의 구도를 설명하려면 여운형의 상대방이었던 우파 민족주의를 똑같은 비중으로 다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성교과서의 ‘좌파적 관점’에 대해 집필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금성교과서는 특정 개인의 관점을 반영한 게 아니고, 다수의 역사연구 성과를 토대로 서술된 것이다”라며, 좌파적 시각으로 보려는 것을 부인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한국사)는 “금성교과서가 극우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것은 인정하지만 좌파편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신복룡 교수나 포럼 측의 교수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금성교과서가 ‘좌편향적’일 수가 없는 이유로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지적했다. 교과서 검정기준이 있는 상황에서는 좌익적 요소를 많이 담으면 검정 통과 자체가 안 된다는 것.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역사교육)는 “오히려 검정기준이 강해 6개 역사 교과서의 목차가 ‘획일적’으로 보일 정도다”라고 설명한다.

좌파적 인식에 따른 사료의 취사선택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 시기의 서술을 떼어내 좌우균형감각 상실을 지적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류승렬 강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과거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이 건국되는 것이 아니라 50년간의 역사를 두고 형성돼 오는 것인데, 좌우 균형잡힌 시각에 집착해 예를 들어 이승만에 대한 사실 부분까지 왜곡하면서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일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신복룡 교수는 “그간 역사교과서가 우파적인 교과서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그동안 우파적으로 썼으니 우리도 좌파적으로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역사서술에서 좌우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한편, 포럼 측은 교과서 논쟁 제2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는 4월 말 ‘제2차 교과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제는 경제로서 경제사, 경제이론, 경제사회학을 중심으로 현행 교과서를 뜯어 볼 계획이어서, 다시 한 번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교과서 국사학계 독점"  vs. "열려있다, 참가해라"

또한 포럼 측은 궁극적으로는 한국현대사 교과서 제작에 사회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안 교과서’를 만들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전상인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사실 국사학계의 현대사 연구가 굉장히 취약함에도 현대사 교과서 제작을 독점하고 있는데, 연구성과가 많은 정치학이나 사회학 등의 사회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승렬 교수는 “현재 근현대사 교과서를 출판사가 필자를 섭외해서 만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역사학계만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예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국사교과서를 만들었을 때 정치학자인 심지연 교수가 참여했던 것처럼 지금도 가능한 일이다”라며, ‘독점’의 뜻이 없음을 밝혔다. 류 교수는 “교과서 포럼 측에서도 언론 플레이만 하는 게 아니라 교과서 만드는 일에 참여해서 대안을 내놓고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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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지적 2005-04-01 15:00:52
이 기사는 대상을 잘못 택했네요. 지난 1월 말 교과서 포럼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문제삼아야지 어째서 월간조선에 발표된 신 교수 글을 문제삼았을까요. 금성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1월 말 세미나에서 발표된 글들에 훨씬 잘 나와 있던데, 엉뚱한 것만 거론하는 것은 교수신문의 편향이나 편식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요. 좀더 객관적으로 신문을 만들려고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