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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분석: 대학은 산업이 될 수 있는가
쟁점분석: 대학은 산업이 될 수 있는가
  • 강성민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3.2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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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력, 기업에 내주는 꼴...'깊이의 경쟁력'은 어디에

노무현 대통령의 “대학은 산업” 발언이 대학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금의 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이 그리 바람직하게 흘러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산업의 논리로 대학을 바라볼 경우 그것이 갖게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와 반면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과연 대학의 산업화와 경쟁력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일까. ‘산업’ 담론이 갖고 있는 논리적 허점과 우려되는 부작용을 내다봤다. /편집자주

 

대학은 산업이라는 말 때문에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적 교육개방”이라는 비판과 “현실적 인재를 키워야 한다”라는 수용론이 맞서고 있다. 학생정원 감축, 국립대 통합, 대학특성화 및 교과과정 개편 등 대학구조개혁이 현재 이런 갈등의 구도 속에 있다. 비록 산업이 아직 선언에 머물고 ‘대학경쟁력 강화’ 이상으로 구체화되지는 않아 잠잠하지만 앞으로의 삭풍은 예견된 것이다.

‘산업’이라는 말은 대학에 높은 공공성을 부여하는 측과는 더욱 강력하게 부딪힌다. 대통령이 어떻게 학문과 진리탐구의 場을 공장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 이런 인식이 학자들의 심기를 어지럽힌다. 돈으로 환산 가능한 가치를 누가 먼저, 열심히 생산하느냐에 따라 대학간, 대학내부의 학과 간 서열화 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우려의 본질이다. “기업만 손안대고 코풀려는 것”이고,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의 말처럼 “인재양성의 책임과 의무를 교육에 떠넘기는” 편협한 발상이라는 불만도 높다.

이 대목에서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인재를 재가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기업은 완제품을 요구할 뿐,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라고 비판한다. 당연히 현재의 시스템에서 대학이 인재양성소로 발 벗고 나선들 기업이 인재 재교육에 들여야 할 비용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망도 따라온다. 대학이 산업이라는 막연한 규정과, 학문이 어떻게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는가 하는, 역시 막연한 학문의 논리는 둘 다 현실적 차원의 담론적 교섭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득종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대학이 산업은 산업인데, 독특한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왜냐하면 사람을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균질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굴뚝적 발상’으로 대학은 산업 운운 할 수 없다는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대학이 산업이라면 그 시장은 가격에 의해 혁신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대학졸업생이 2년 동안 받는 연봉을 4년으로 나눈 수준인데, 개인에게 교육비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므로 기대 이익에 따라 등록금이 결정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즉, 대학등록금의 자율화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현재의 대학들이 등록금 자율화를 실시할 여유가 있을까.

이른바 김진표 부총리의 ‘3不 정책’도 대학의 산업화라는 정책과 모순관계에 놓여 있다. 류동길 숭실대 교수(경제학)는 “대학에게 교육여건을 개선하길 요구한다면, 대학이 그렇게 할 수 있게 자유경쟁의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학생선발의 자율권도 보장돼 있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류 교수의 말대로 과연 대학에 완전 자율권을 줘야 할 것인가. 대학들에게 '자율'이라는 것은 현재로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상황을 연출하기 십상이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 결과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공교육을 통한 평등한 교육혜택이라는 가치를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 더욱 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학이 산업이라는 선언에 이런 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육은 산업이라는 명제는 그 외에도 산업 ‘주체’의 성격 문제로 고개를 돌리게 한다. 김남균 전북대 교수(재활공학)의 말처럼 “학과가 기업, 학과장이 CEO, 교수들이 임원”인 시스템으로 가더라도 그로 인한 이익이 대기업 윤리로 무장한 대학 당국이나 기업에게 돌아가고 사회복지와 삶의 질적 상승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을 산업화하려면 어느 정도 공기업화할 수 있는가가 세계화 시대를 걱정하는 국민경제적 우려의 핵심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기반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인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국가가 인재양성의 주도권을 사적 영역에 내주는 것은 무언가 위험하다는 것, 그것도 ‘학문과 진리’라는 엄연한 구속력을 갖는 대학윤리를 포기하고 기업윤리를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대학에 경영마인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사람을 다루는 문제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한다. 그것은 대학이 ‘사람됨’을 고민하는 장소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현재 이공계를 중심으로 특성화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인문과 기초과학의 비인기 학과들은 고사 직전에 처해있다. 이런 현실은 모든 학문에서 철학과 역사 같은 되씹음의 영역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케 한다. 김남균 교수는 “인문학이 이공계 인재를 기르는 데 일조를 해야 한다”라고 말을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자본의 흡수논리와 닮아 있다. 인문학의 구조조정을 인문학적인 방식으로 하지 않고, 투자효용의 방식으로 하자는 것에 ‘대학은 산업’이라는 논리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개혁적 인문학'은 오히려 그 자신이 개혁대상이라 할만큼 '깊이의 경쟁력'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민·김조영혜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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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고 2005-03-27 01:24:58
교수 충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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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 평균 52.7%.전문대학 평균 40% 갖고서

지금 무신 슬데없는 소리를 내 뱉고 있는가!?

8만7천여 비전임 시간강사 문제만 해결한다면,,모든것이 해결된다!

부산상고 졸업자에게 "실용주의 노선" 운운하는 김우식 비서실장 녀석이 쓸데없는 말 장난을 한것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