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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기술과 방역이 만나 국가 통치 체계로
[글로컬 오디세이] 기술과 방역이 만나 국가 통치 체계로
  • 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21.07.2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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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오디세이_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마스크를 쓴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지난 6월 시노팜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선 채로 자신의 건강코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마스크를 쓴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지난 6월 시노팜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선 채로 자신의 건강코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베이징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은 중국 수도이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베이징의 위상 때문에 중국 각 지역의 방역에 중요한 참조점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0년 2월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서 시작되어 단시간 내에 전국적으로 확산된 건강코드(heath code, 健康碼)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코로나19 방역에 활용한 ‘기술-방역 레짐’이 베이징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개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이징의 ‘격자망화 관리’

 

베이징은 수도라는 성격 때문에 국가의 사회관리 필요성 특히 큰 지역인데, 베이징은 2004년 동청구(東城區)에서 ‘격자망화 관리(grid management)’를 최초로 시작함으로써 이러한 필요성에 대응했다. ‘격자망화 관리’는 도시 주민의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사구(社區) 공간을 동일한 크기의 격자(grid)로 나누고 해당 격자마다 7명의 관리인원을 배치하고 이들로 하여금 공상(工商), 치안, 위생, 환경, 인구, 사회조직 등을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1990년대 말 단위체제의 해체와 함께 건설된 사구에는 기존 단위와 달리 농민공으로 대표되는 대량의 유동인구가 유입되었고 심화된 격차(계층간, 도농간, 지역간)를 배경으로 불평등과 차별에 저항하는 기층사회의 휘발성과 불안정성도 증가하였다. 따라서 2000년대 들어서 국가는 ‘안정유지’를 국정목표로 내걸고 이러한 사회적 저항에 대응했으나 당시 사구를 기초로 한 사회관리는 안정유지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격자망화 관리’는 바로 이러한 도시 기층사회에서의 안정유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사구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건강코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2020년 3월 1일 베이징 건강코드가 최초로 발표되었다. 베이징 건강코드는 베이징 상주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다운로드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외국인과 홍콩 마카오 대만 주민 전용도 개발되었다.

건강코드는 개인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설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설치과정에서 성명, 신분증 번호를 입력하고 안면인식을 거친 후 코로나19와 관련된 건강정보 및 최근 방문지역을 입력하면 개인 고유의 QR코드가 생성되고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녹색, 황색, 홍색 중 하나의 색깔로 자신의 건강상태가 결정된다. 녹색은 “아직 이상 없음”, 황색은 “재택 관찰”, 홍색은 “집중 관찰”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강코드. 녹색은 “아직 이상 없음”, 황색은 “재택 관찰”, 홍색은 “집중 관찰”을 의미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2020년 초 베이징은 설날 연휴가 끝나고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모든 인원의 ‘업무복귀 조업재개’에 건강코드 사용을 의무화하여 스캔 결과 녹색을 제외한 황색과 홍색은 ‘업무복귀 조업재개’가 불가능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베이징의 아파트 단지, 학교, 백화점, 관공서, 빌딩, 쇼핑몰, 전철역, 기차역, 공항, 버스터미널 등 주요 장소의 출입구에는 관련 인원이 QR코드 제시를 요구하면 반드시 응해야 하고, 스캔 결과 황색이나 홍색이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특히, 올 초부터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건강코드는 건강상태만이 아니라 백신 접종 상황도 포함하게 되었다.

2020년 3월 1일~2021년 3월 1일 기간 베이징 건강코드에 의한 건강상태 검색 누적 횟수는 48억 건을 초과할 정도로 베이징 건강코드는 베이징시 호구 소지 여부 및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베이징 상주인구와 입경자(入境者)가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설치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되었다.

 

스마트시티와 건강코드의 결합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이징은 2000년대 들어서 ‘격자망화 관리’와 같은 국가의 사회관리 능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는 스마트시티 건설로 이어졌다. 주지하다시피 스마트시티는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도시사회의 관리에 적용하는 것을 가리키는 데, 중국에서 스마트시티 건설의 목적은 관련 산업발전 및 공공 및 주민 서비스 제고와 함께 ‘사회관리’가 중요한 특징이 된다. 산업발전 및 서비스 제고는 중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스마트시티 건설 목적에도 보이지만, 사회관리는 권위주의 국가체제가 주도하는 장기간의 체제전환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스마트시티 건설 목적이다.

주목할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배경으로 보급된 베이징 건강코드는 이러한 베이징의 스마트시티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건강코드를 통해서 수집된 인구의 건강상태 정보는 ‘사구→가도판사처→구정부→시정부’ 지휘체계를 따라서 상급정부에 집계되고, 수집된 정보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상급정부는 하급정부에 필요한 대응을 지시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관리를 위한 ‘격자망화 관리’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가 해당 건강정보를 탐지, 포착, 수집, 전송, 집계, 분석 대응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베이징의 코로나19 대응은, 이미 2000년대 들어서 제기된 안정유지의 필요성을 배경으로 구축된 ‘격자망화 관리’를 포함한 ‘스마트시티’가 건강코드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런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1, 2(역사비평사, 2017)』(편저), 『다롄연구: 초국적 이동과 지배, 교류의 유산을 찾아서(진인진, 2016)』(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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