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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미학적으로 성찰하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미학적으로 성찰하다
  • 이승건
  • 승인 2021.07.30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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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말하다_『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의 역사』 김진엽 지음 『우리학교』 232쪽

뒤샹의 ‘샘’을 망치로 행위예술 펼쳐
예술은 다양성이 생명이라는 원칙 제시

책의 서문 제목(예술, 그 숲의 도레미)부터 무척이나 정겹다! 나가는 말(그대 곁의 예술) 역시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구성 또한 신선하다! 예를 들어, 각 장의 마무리로 ‘이야기 디저트’ 코너를 두어 맛있는 책읽기를 권유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한국 근현대문학 속 소설의 주인공 ‘구보 씨’를 가상의 예술가로 등장시켜, 미학자로서 선배 예술가들(박태원-최인훈-주인석)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48쪽), 그를 통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려 하고 있다. 과연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까? 

이 책은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몇 가지 답변을 내 놓는다. 즉, 예술의 정체성을 묻는 철학적 질문과 함께 그것에 대한 예술이론적인 미학적 답변을 역사적 단층으로 뽑아내어 여덟 가지(모방론, 표현론, 형식론, 예술 정의 불가론, 제도론, 다원론, 진화심리학과 예술, 경험으로서의 예술)로 제시한다. 독자를 위해 그리고 저자의 조력자로서 자칭 ‘뒤샹의 진정한 후예’(122쪽)인 구보 씨가 우리와 함께 독서에 참여한다. 간간히 감수성 충만한 소녀 ‘연수’ 또한 이야기에 동참(표현론, 예술 정의 불가론, 제도론 등)하고 있다. 자칫 난해하고 지루한 이론적 논의로 빠지기 쉬운 부분에서 이 두 명의 가상 인물은 여지없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낸다. 

특히 구보 씨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영화감독이 그의 첫 모습이다(48쪽). 밤새워 시나리오를 수정하던 구보 씨(제1장, 모방론), 어느 새 간결한 선과 단순한 색으로 묘사한 순수 형식의 〈몬드리안을 위한 구성〉이라는 작품(106쪽)을 그린 추상화가로 변신해 있다(제3장, 형식론). 이윽고 환갑의 구보 씨(121쪽)는 20년 전 〈뒤샹의 〈샘〉에 오줌 누기〉라는 행위예술로 스캔들을 일으켰던 바,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퐁피두센터에 전시된 뒤샹의 〈샘〉(1917)을 망치로 내리치는 행위예술을 감행하고는 체포된다(제4장, 예술 정의 불가론). 이후, 우여곡절 끝에 예술대회의 심사위원이 되어 ‘예술은 다양성이 생명’(179쪽)이라는 원칙에 입각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제6장, 다원론), 곡절 많은 현대예술가로서 예술에 대한 답변을 견인하며 딱딱한 내용으로 점철되기 쉬운 예술이론을 독자인 우리들의 일상과 유리되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쯤에서 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에 곁들여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학사가 타타르키비츠(W. Tatarkiewicz, 1886~1980)의 『여섯 가지 개념의 역사 : 미학론』(A History of Six-Ideas: An Essay in Aesthetics, Warszawa: PWN, 1980) 인데,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미학의 이해를 위한 기본적인 중요 여섯 개념(예술, 미, 창조성, 형식, 미메시스, 미적 경험)을 추출하고 그것들을 개별적으로 다루면서, 그 하나의 개념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이론적인 내용을 역사적으로 빠짐없이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의 출판이 1980년인 바, 이 이후의 현대예술과 그에 대한 현대의 미학이론을 살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의 역사』는 현대의 영미 분석미학의 내용으로 타타르키비츠의 책을 보충하는 장점을 지닌다고 하겠다.

이번 서평의 대상인 『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의 역사』는 원래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책세상, 2007, 총174쪽)로 출간됐었다. 삽화(신동민 화백의 그림)가 곁들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작정하고 청소년을 독자층으로 겨냥하여 집필해서 그런지, 출간 당시부터 이 책은 청소년 도서로 분류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책따세 선정 2007년 겨울방학 추천도서) 되기도 했다. 그러나 철학적 틀(분석과 성찰)을 바탕에 깔고 강력한 미학의 이론적 시선에서 예술을 들여다보고 있기에 그리 쉽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마는 않는다. 들어가는 말(퍼즐 열기)에 ‘인공지능 화가’와 여덟 번째 답변인 ‘경험으로서의 예술’이 추가된 점은 책의 애초 모습으로부터 달라진 부분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BTS의 공연과 한국영화 등 우리의 대중예술문화에 열광하고 있는 요즘, 그리고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혁명시대의 한복판에 놓은 요즘, 이와 관련한 K-Culture의 내용이나 과학이 접목된 융합예술의 내용으로 예술에 대한 아홉 가지 아니 열 가지 답변이 계속해서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ㆍ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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