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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국가보다 매력 국가가 흥해야 한다
패권 국가보다 매력 국가가 흥해야 한다
  • 유무수
  • 승인 2021.07.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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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패권의 대이동』 김대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312쪽

작은 국가 네덜란드·영국이 보여준 ‘매력 국가’의 힘
무형의 자산을 키우는 게 새로운 강국이 되는 길

    
미국이 기침하면 세계는 감기에 걸린다고 한다.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상징하는 말이다. 요즘은 중국의 기침도 그 작용력이 엄청나다는 소문이 나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무대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패권’에 주목하면서 세계사를 움직이는 부와 힘의 방정식을 분석했다. 자신의 기침으로 온 세계가 감기 들게 하는 국가는 무엇이 달랐는가? 세계무대에서 패권 국가였던 나라는 어디였으며, 그 나라가 패권국가의 지위를 상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1492년 즈음 스페인 왕실의 후원으로 새 항로를 찾아 나섰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함으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인 패권 국가’의 모습이 드러나게 됐다고 보았다. 스페인은 패권을 유지하지 못했다. 패권은 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으로 계속 이동했다. 스페인은 영토확장을 통해, 네덜란드는 상업을 통해, 영국은 상업과 산업을 통해 한때나마 패권을 잡았다. 패권국가는 공통적으로 군사력을 통해 타 국가 또는 타 인종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면서 부를 획기적으로 키웠다. 스페인의 정복사업으로 잉카제국과 안데스 문명이 파괴됐다. 네덜란드 역시 폭력으로 무역을 뒷받침하면서 성장했고, 영국이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실어 나른 흑인노예는 약 330만 명이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때 패권국가의 지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는 점도 공통이다. 미국은 땅과 자원과 인구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 있었고 강력한 연방정부로 통합되면서 영국을 앞질러나갔다. 그 이후 2차 세계대전의 상황에서 경제부흥을 이루었고 현재까지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의 피눈물이 깃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패권국가가 될 때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위대한 선택을 하는 리더가 있었다. 콜럼버스를 후원한 스페인 왕실의 선택, 네덜란드의 군사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마우리츠 총독, 영국에서 내전의 혼란을 극복하고 중상주의 정책을 발전시킨 올리버 크롬웰, 미국에서 식민지 군대를 성공적으로 이끈 조지 워싱턴과 강력한 연방정부의 토대를 구축한 링컨, 그리고 초기 미국에서 혁신적인 기업가인 카네기, 록펠러, 밴더빌트 등은 해당국가의 혁신과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저자는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산업 자본주의가 등장한 후 패권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패권의 역사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한 저자는 우리의 미래를 전망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IT 공룡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됨으로써 새로운 기업의 혁신적 진출이 쉽지 않은 미국은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가? 국가 권위로 재정자원을 산업분야에 집중하는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것인가? 결국 사회 전반에서 개선과 혁신을 이루어가는 실력이 중요하다. 패권을 목표로 삼을 만한 물적조건(경제력,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작은 나라였지만 패권 국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네덜란드와 영국의 당시 강점을 지닌 ‘매력 국가’를 제시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애국심과 민족의식, 개척자의 모험정신, 상인의 도전 정신, 기업인의 혁신 정신”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유형의 강국이 되어가는 길이다. 위와 같은 자산을 통해 발전하는 나라가 진정으로 매력적인 국가일 것이다. 패권을 장악했을지언정 그 배경이 군사력이면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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