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교수(KAIST·물리학)

모든 조직의 경우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대학 연구실의 형성에 있어서도 어떤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나는 참 재수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도 더 우수하지도 않으며, 더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지만, 많은 아주 우수한 젊은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운을 가졌기에.

우리 연구실의 경우 가능하다면 ‘시작하는 연구’를 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 중의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레이저’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수행하면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게 되고, 참고 문헌 찾기도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자기 문제를 정의하면서 치고 나가는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해 지기 때문에, 저절로 더 집중해서 연구를 열심히 할 수 있다. 또, 심리적으로 남의 뒤를 뒤따라간다는 기분보다는 약간이라도 먼저 간다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뒷줄: 양진규, 김선경, 이용희, 박홍규, 권순홍, 황인각, 안상혁 앞줄: Frederic Huyssen ©

실제로 많은 학생들의 경우 정말로 좋은 문제가 그에게 진짜로 주어지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정말로 열심히 연구할 자세가 되어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떻게 정말로 좋은 주제를 발굴하느냐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문제를 직접 부딪쳐서 끝장을 보기 전 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로 좋은 문제인지 아닌지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만 판정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은 문제를 아주 훌륭한 창의적인 주제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아주 재미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별 볼일 없는 것 없는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즉, 어떤 사람이 하느냐가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여기에 요구되는 덕목은 열정, 끈기, 탄탄한 기초 실력이라고 본다. 기회를 행운으로 승화시키려면 이런 모든 덕목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계속 기다리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연구를 수행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들이 동시에 요구된다. 즉, 어떤 일을 완성을 시키려면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실험실에선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이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우선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연구 분야에 대해 고참과 신참 둘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서 서로 도와가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또, 귀찮은 일들을 함께 책임지며 할 수 있어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많은 장비들은 책임자가 한 사람 씩 배정되어 있으며 이들이 각 장비의 유지 보수를 나누어서 책임진다. 정기적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에 랩 미팅, 금요일 아침에 랩 세미나를 진행한다.

그리고, 우수한 연구 결과가 있는 경우 국제 학술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고, 또 해외 방문 및 교환 연구도 장려하여 현재 여기서 연구하고 있는 자신들의 수준과 장단점들을 외국 젊은이들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많은 경우 외국 학생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더욱 자신감을 획득하는 것을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연구실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학생들이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재미있게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런 주제들을 KAIST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제공할만한 능력이 내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연구 주제는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여 그들 자신이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형태를 장려한다. 물론 내가 정해 주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나는 학생들에게 배우는 재미와, 함께 연구를 한 발짝 씩 완성시켜가는 재미를 모두 얻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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