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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일자리 수 늘린다…중간 숙련 노동자는 타격
로봇이 일자리 수 늘린다…중간 숙련 노동자는 타격
  • 김재호
  • 승인 2021.07.28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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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바꾸는 미래

세계경제포럼, 로봇과 미래 일자리 증감 예측
캐나다 기업들의 15년치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

로봇과 자동화, 컴퓨터로 인해 미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로봇과 일자리: 자동화는 작업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나’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린 우(Lynn Wu) 펜실베니아주립대 와튼스쿨 교수 외 2인이 쓴 논문 「로봇 혁명: 기업의 경영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미래의 변화를 분석했다. 주 내용은 데이터의 증가로 인해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지 않고 전반적인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로봇(자동화)로 인한 총 일자리 수의 영향도를 파악한 표. 0은 로봇 도입 전후를 나타낸다.
가로는 로봇 도입 전후의 년도 수, 세로는 전체직 원 수에 대한 영향치를 나타낸다. 그래프=세계경제포럼

이번 연구는 캐나다 기업들의 15년치(2000년∼2015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세계경제포럼은 고용, 노동, 전략적 우선순위 및 작업 공간의 측면에서 가장 포괄적인 연구라고 밝혔다. 기업이 로봇을 채택하면 일부 직원들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을 채택한 기업들은 더욱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진다. 로봇을 채택하지 않은 기업들은 로봇을 채택한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져 결국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다. 올해 2월 세계경제포럼은 이전 분석에서 로봇과 자동화로 인해 5천800만 개 일자리가 순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인 1조2천억 달러가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세계경제포럼은 로봇으로 인해 저숙련·고숙련 노동자의 일자리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픽사베이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첫째, 자동 제어다. 둘째 재프로그램의 가능성이다. 셋째, 3개 혹은 그 이상의 축을 가진 다목적 조작기이다. 넷째, 산업 자동화 응용프로그램이다. 로봇은 조립, 용접, 포장, 도장(塗裝), 들고 옮기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로봇은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며 노동자의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를 침대에서 들어올리기 위해 로봇을 이용하면 간호사들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연구가 있다. 간호사는 환자와 상호작용하고 임상 치료에 참여할 여력을 더 확보하게 된다. 

세계경포럼의 분석에 따르면, 로봇(자동화)은 작업의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인간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인간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중간 숙련 관리자는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 린 우 교수는 “(프로그램이나 툴 등) 기술은 로봇이 무엇을 했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대한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다”라며 “이로써 다양한 운영 메트릭스(업무 수행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정량적 분석)를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간 숙련 관리자들은 이런 일들을 해온 경향이 있다. 반면, 중간 숙련 노동자들이 로봇으로 대체되면, 저숙련 노동자들의 승진 기회가 사라진다. 직업의 사다리가 깨지는 셈이다. 

아울러, 그는 “박스 포장 같은 단순 노동자나 엔지니어 같은 고숙련 노동자는 수요가 증가하지만 중간 숙련 노동자는 멸종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늘어나는 단순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를 관리하는 유형 역시 달라진다는 전망이다. 데이터의 표준화와 효율성으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는 비교적 쉬워질 수 있다. 단, 고숙련 노동자들은 관리자보다 능력이 탁월하기에 코칭이나 조언만 필요할지 모른다. 고숙련 노동자들의 혁신을 이끌어내야 할 관리자들은 그 결과를 감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로봇 혁명은 불가피하다.” 린 우 교수는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그 밖의 기술들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로봇 혁명을 어떻게 수용하고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고학력·고숙련 노동자들에겐 크게 영향 안 미쳐

로봇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고 예측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간 노동의 70%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MIT 슬로안스쿨(경영대학원)은 로봇 1대가 추가되면 해당 지역의 근로자 6명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1천 명 근로자에 로봇이 1대 추가되면, 임금이 0.42% 감소하고 고용률 역시 0.2%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40만 개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1990년부터 2007년 사이 데이터 분석으로 최근에 추세와는 다를 수 있다. 

다만, 2025년까지 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4배 증가하고, 미국의 근로자 1천 명당 로봇 수는 5.25대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인구 대비 고용비율은 1%, 임금 상승률은 2%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됐다. 한편, 로봇은 대학 학위를 소지 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봇은 석사학위나 박사학위 소지자 등 고숙련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대체하는 데 큰 도움을 못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사정은 어떨까? 올해 초 정재혁 씨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일자리 예측에 관한 연구」(인하대 대학원 인터랙티브콘텐츠학과, 2021.02)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중 55%가 향후 가까운 미래 (10∼20년 이내) 컴퓨터 대체 가능성이 높은 사라질 위험에 처한 고위험군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됨을 확인하였다”라고 밝혔다. 정량적 예측 방법을 우리나라 직업 세부직종에 대입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형화 된 업무를 하는 금융권 사무직, 제조기반 사무원 및 조립원, 텔레마케터가 고위험군이다. 아울러, 고학력 고소득 직업인 대학교수,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조세행정 사무원 등도 컴퓨터로 대체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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