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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플랫폼, 감시체계도 완벽해진다”
“진화하는 플랫폼, 감시체계도 완벽해진다”
  • 이재열
  • 승인 2021.07.2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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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_플랫폼 사회가 온다 (하)

플랫폼 사회의 진화과정에서 기술, 제도, 일상의 세 차원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기술변화는 새로운 기회구조를 창출한다. 초연결 허브로서 플랫폼은 과거에는 사장되었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여 거대한 시장을 창출했다. 현재는 승자독점의 무대다. ‘아마존 킬러’라 불리는 리나 칸을 반독점 기구의 수장에 임명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은 초연결 허브로서 수요와 공급을 촘촘히 연결하며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할수록 개인정보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정교해지고, 개인정보를 추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는데, 권위주의적 권력과 결합하면 완벽한 감시사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관철되고 있는 사회신용체계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블록체인기술과 결합하면 거래비용 없는 스마트계약을 가능케 하여 공동체적 협력 생산을 글로벌 수준에서 가능케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제도다. 결정적 시기에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행위집단이 어떤 질서를 만들어냈느냐에 따라 발전경로가 결정되는데, 발전국가 시기 위계적 거버넌스는 해체됐지만, 한국은 아직 플랫폼 사회에서 요구하는 생태적인 활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방적 제도 생태계를 갖추지 못했다. 플랫폼 노동은 과거 공장형 체제에서 만든 노동법하에서 ‘자유노동’이란 이유로 방치되었다. 과거 산업별 이해에 포획된 규제는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에 혁신의 걸림돌이 됐다. 디지털 기술발전이 빨라져도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면 심각한 불일치가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산업발전의 기회를 차단할 수도 있다. 

“알고리듬은 편리하나 편향적이다”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알고리듬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일상의 변화는 거시적인 사회변화의 미시적 토대를 제공한다. 플랫폼은 전통적 공동체의 끈끈한 압력에서 뛰쳐나온 개인에게 부담스러운 근접 만남 대신, 잘 다듬어진 자아와 자유로운 욕망을 남들에게 맞춤형으로 드러내는 쇼윈도우를 제공한다. 권리나 의무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무해한 취향 공동체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개인주의’라는 새로운 문법을 제공한 것이다. MZ세대의 정치적 감수성이 86세대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알고리듬의 통치성을 우려한다. 이미지=픽사베이

과거 지식인이 주도했던 인식론은 독립적 세계와 객관적 지식을 전제했고, 매스 미디어 시대 전통 언론은 팩트를 걸러내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하이퍼링크는 순서나 위계가 중요하지 않은 수평적 사전 형식이다. 내가 탐구할 내용을 알고리듬이 먼저 추천해주는 하이퍼리드 (손화철 한동대 교수 개념) 시대에 전통적 인식론은 설 자리가 없다. 의도적 왜곡의 가능성을 없애도 데이터와 알고리듬의 편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튜브와 단톡방은 자신의 이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찾아 나서는 이들의 ‘확증편향’을 부추기고, 유사한 선호를 가진 이들을 ‘에코버블’에 가둔다. 매스미디어가 다양한 1인 미디어로 대체되면서, 오히려 객관적인 정보 대신 가짜뉴스가, 다양한 시각 대신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보가 늘어났다. 트위터를 상시적으로 활용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빚어낸 극단적인 혐오와 정치적 부족주의는 한국 정치에서도 심각한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집단 간 혐오가 차분한 미래 정책 담론 대신 진영 간 적대 담론을 증폭시킨다.

“플랫폼이 확장한 시장, 제도혁신이 핵심”

알고리듬은 편리하고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자기 의심과 성찰의 여지를 축소시킨다. 인간보다 더 공정하거나 더 윤리적일 수도 없다. 강력한 하이퍼리드는 인간의 주저나 판단유보를 인내하지 못하고,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촉진시켜 인간의 모호함을 지배하는 ‘알고리듬 통치성’을 낳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듬이 만들어내는 파괴적 혁신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힘이 만들어낼 다양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가르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인간을 위한 미래를 만들어가려면, 인간성의 변화를 낳는 일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기술 변화의 방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갈 제도혁신이라는 조타능력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조직사회학과 위험과 재난의 사회학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미래기획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경제의 사회학』, 『플랫폼 사회가 온다』(공저·엮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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