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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행정수도이전과 지방대학
[교수논평] 행정수도이전과 지방대학
  • 김한성 연세대
  • 승인 2005.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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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 연세대 법학과 ©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행정도시 특별법 여파가 크다.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고, 한나라당자민련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탈당하였는데, 내심 쾌재를 불렀을 법한 정부여당은 서울경기지역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황해서인지 7일, 8일 갑자기 당, 건교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교육자원부 그리고 산자부가 나서서 ‘수도권발전대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또 시비를 불렀다. 그 대안이라는 것이 1970년대 이래 국민적 공감하에 견지되어 온 수도권 과밀화 억제방침을 번복하는 것으로 그린벨트 해제, 공장 신 증설 허용, 성남비행장 개발, 계룡대의 과천 이전 그리고 수도권 대학 신설증원허용과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까지, 적지 않은 논쟁거리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야당과 언론은 이 대안이 수도권 인심을 달래기 위해 급조된 선심 공세라고 비난하기 시작했고, 수도권의 각종 기관, 기업체나 공장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던 지방자치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마침내 14일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교육부가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정부부서끼리 그리고 당과의 충분한 논의는 물론 여론의 검토도 없이 불쑥 내놓은 정부와 여당이 반성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정치와 행정이 이렇게 졸속경망해야 하는가? 더구나 현 정부는 대선 때부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을 금과옥조로 내걸고 애써 온 것으로 아는데 이번처럼 합당한 근거나 급박한 필요성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모순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 현 정부의 목표와 국민의 염원에 맞는 것인지는 자명하다. 폭발직전의 수도권을 분산하고, 지방을 육성하여 경향 모두 발전하자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교육문제도 포함되는 바, 지방대학 문제도 같은 입장에서 풀어야하는 것이다.


생각건대, 우리나라 ‘수도권 과밀화의 핵심요인은 고등교육기관의 수도권 집중 때문(서울대, 박성익 교수 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 인재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어 지역대학이 제 고장 인재를 육성하고 고향에서 활약하게 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그 결과 서울과 지방, 서울소재 유수대학과 지방대학간의 격차는 커져만 갔다. 우리나라의 학벌주의와 패거리문화는 이 격차를 증폭시키고 있는데, 요즘에는 학생부족현상이 본격화하여 정원을 못 채우는 지방대학이 속출하고 치열한 학생유치작전, 학과폐지 그리고 교직원 퇴출 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여기에다 교육개방까지 되면 지방대학과 소규모대학의 장래는 풍전등화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이미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기반을 갖추고 공헌을 해 온 이들 대학의 퇴출을 방치하는 것은 그 지역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이기 때문에 환골탈태하여 존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터인데,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지방대군소대학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 처하기까지에는 방만한 대학경영, 사립재단의 부패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른바 인가주의에 의해서 대학입학 적령 학생 예측을 무시한 채 대학설립을 남발한 교육인적자원부에 일차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른바 퇴출대상으로 올라있는 일부 사립대학들의 설립인가와 그 경영감독에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재활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앞장서서 ‘대학구조조정’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여하튼, 작년 8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 개혁구조방안의 핵심은 국립대 정원 감축과 전임교원 확보비율 강화인데, 이렇게 되면 지방 국립대학의 통폐합 그리고 사립대학의 변칙적 교수임용과 등록금 대폭 인상을 가져와 지방대학은 차례대로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학이 지역에서 수행하는 기능과 효과를 고려할 때 각 지역에 걸맞는 특성을 중심으로 가능한 한 지방대학을 살리겠다는 교육부의 의지가 절실하고 아울러 지방대학들은 지방대학들대로 의식과 제도 그리고 운용 면에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군살이 있는 곳은 도려내는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정부나 정치권의 교육 ‘상품화’ 논리에 반대해야 한다. 정부가 연내로 입법하려는 법안 중에는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을 끊고 학생등록금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즉 사립화를 내용으로 하는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있는데 이는 국가가 고등 공교육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사립대학의 경우는 우선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이사회를 투명하고 건실하게 만들도록 해야 하며, 초창기의 설립자 출연금이 아니라 사실상 학부모들의 등록금으로 형성유지되어 온 지방사립대학을 해산할 때 그 설립자가 돈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대학구조개선특별법을 저지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와 의회에 대해서 지방대학육성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하여야 하는데, 그 안에는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우리의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비구니 하나가 큰 산을 구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강 건너 불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발등의 불이 되어 버렸다. 이제 문제는 대학구성원 특히 교수집단의 각성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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