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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女大의 약진이 주는 교훈
대학정론: 女大의 약진이 주는 교훈
  • 함한희 논설위원
  • 승인 2005.03.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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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평가 자료가 공개될 때마다 각 대학이 술렁인다. 결과가 매년 다르긴 하지만 해마다 여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는 존폐를 놓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리고 최근 여대가 교육여건과 연구환경을 혁신한 결과, 평가에서 선전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1960년대 여성해방 운동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남·여대의 전통을 허물고, 념녀공학으로 거듭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여대들은 자진해서 남학생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남자대학들과 통합하는 등 부지런히 성의 벽을 넘고자 했다. 여성 선각자들이 일찍이 사회로부터의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 여자들만의 대학을 세웠고, 스스로가 여성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힘썼지만 시대가 변한 것이다.

한국은 달랐다. 한 때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추세를 앞세워서 여대의 성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있었다. 또 국내 대학들이 대형화하기 시작하자 여건이 열악한 여대들은 학생선발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남학생을 받아들인 곳도 있고, 통합한 곳도 있다.

그러나 한때의 사회적 압력을 이겨내고 여성중심교육으로 매진한 곳은 세계적인 위치로 발돋움려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여 좋은 모델이 된다. 일찍이 여대의 전통을 버린 미국의 경우 최근 들어서 여성교육자들이 여대 시절을 오히려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 여대의 선전을 보게 되면 아쉬움이 더 할지도 모른다.
국내 여대가 모범적인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굳히는 것을 보면서 여성을 위한 특별한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제고된다. 또 교육, 행정, 경영 및 리더쉽 등의 영역에서도 여성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공대가 여성고급 인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교육과 연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교수 요원을 차별없이 채용하고 그들의 능력도 가리지 않고 활용하는 길이 대학발전의 지름길임을 여자대학들의 발전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일년 전만 해도 여성교수채용할당제 논의가 활발했고, 교육부의 시행의지도 컸다. 그러나 일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논의가 크게 줄었고 여성교수보직 우대 분위기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여성교수들에게 할당제나 우대라는 말 자체가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소수자의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능력을 계발해서 남다른 발전방향을 모색해 가는 여자대학들로부터 남녀공학의 대학당국은 배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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