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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
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
  • 김재호
  • 승인 2021.07.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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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의 숲과 창조적 자아 |조일제 지음 |도서출판 동인 |408쪽

21세기의 극적인 자산불평등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야생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 대자연 속 힐링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채널을 돌리다 보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자연 속으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산으로 떠나는 것일까? 왜 자연을 찾는 것일까? 

영국과 미국 문학을 역사적 관점에서 개관했을 때, 나무와 숲이 인간 의식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하여 작품 속 나무와 숲의 영향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했고, 이 책에서 영미 지역의 유명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이 여정을 따라가며 자연과 자아 발견으로 향하는 길을 터준다. 

저자에 따르면 ‘숲과 나무’는 생명의 본질적 원천이지만, 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문명 발달의 이면에는 인간성에 미치는 해악과 부작용이 있었다. 그 폐해는 인간의 위기와 문명의 몰락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낳았고, 깨어있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근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일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저자가 제시한 영미 작가들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더욱 눈길을 끈다. 영미 작가들은 누구보다도 나무와 숲이 생명 보존과 인간 지식, 참된 의식과 창조적인 영혼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꿰뚫고 있었다. 

 

문학 속 나무와 숲, 그리고 인간

저자가 다룬 아홉 명의 영미문학 작가들은 특히 이 주제와 관련해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냈는데, 자연주의적, 생태주의적, 낭만주의적, 초월주의적 작가란 점이다. 영국문학에서는 청교도 혁명 시기인 17세기의 밀턴, 산업혁명 후 산업 발전기의 워즈워드, 과학기술문명의 획기적 전환기인 빅토리아조의 하디,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둔 20세기 초반의 로렌스, 오늘날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생태공동체 핀드혼 농장의 창설 멤버들 등이 포함됐다. 미국문학에서는 과학기술과 산업 발달이 점차 급부상하기 시작했던 근대의 호손 및 소로, 고도로 과학기술문명이 발달한 현대의 프로스트, 지금도 시민사회 활동으로 이름을 떨치는 생태주의 작가 칼렌바크 등이 선택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숲과 나무에 대한 뛰어난 감성과 영성은 우리 시대 독자들이 꼭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공허하고 결핍한 영혼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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