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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
  • 이지원
  • 승인 2021.07.2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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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임현정 옮김 | 궁리 | 268쪽

불평등, 차별, 혐오 너머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향한 담대한 제언 

여성들의 삶이 다양해질수록 세상은 조금씩 나아진다!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여성운동가, 작가, 사회개혁가 샬럿 퍼킨스 길먼의 페미니즘 유토피아 3부작의 마지막 권 『내가 살고 싶은 나라』가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 3부작의 첫째 권 『내가 깨어났을 때』에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어린 유토피아’를, 둘째 권 『허랜드』에서 여성들이 사는 궁극의 유토피아를 창조한 길먼이 3부작의 마지막 권인 『내가 살고 싶은 나라』에서는 현실 세계로 눈을 돌려 20세기 초반 당대 미국과 국제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놓는다. 길먼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을 궁리출판의 색깔 있는 문학선집 에디션F 시리즈로 만난다. 

길먼은 1884년 화가 찰스 W. 스텟슨과 결혼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성역할을 원하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불행했고 이듬해 딸을 출산한 후 심각한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당시 명망 높은 신경과 의사를 찾은 길먼은 ‘휴식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6~8주 동안 모든 사회적 활동과 지적 활동을 금하는 ‘휴식 치료’는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켰다. 길먼은 남편과 이혼한 후 여러 잡지에 소설과 시를 게재하고, 여성언론인협회와 부모협회 등 여성 운동 조직에서 활동했다. 1898년에 출간한 『여성과 경제학』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의 사회화, 여성의 경제적 자립 등을 주장했다. 이러한 길먼의 주장은 1911년부터 1916년까지 자신이 창간한 잡지 <선구자>에 연재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에 잘 구현되어 있다. 

‘여성은 정치에 관심 없다’는 낡은 말을 깨부수는 길먼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은 공적 세계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사회개혁가, 사상가, 작가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는 길먼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학성이 다소 떨어지고 그녀가 인간 개조를 통한 사회의 진보를 주장한 우생학을 옹호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길먼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정하고 사회비판서 성격이 짙은 소설을 써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불평등, 차별, 배제, 혐오 너머 자신이 살고 싶은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릴 줄 알았던 길먼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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