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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굴린 눈덩이, 대학을 집어삼키다
바이러스가 굴린 눈덩이, 대학을 집어삼키다
  • 박강수
  • 승인 2021.07.2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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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대학, 온라인수업 100% 시대?

바이러스는 ‘학교 가는 길’을 바꿔버렸습니다. 밤새 숙취에 시달린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랐던 비몽사몽 등굣길도, 아침잠과 아침밥, 화장 중에 늘 한두 개는 건너뛰어야 했던 분주한 아침도 이젠 없습니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전원을 켜고, 검은 칸막이 줌 화면 속에 얼굴 없이 이름만 띄운 친구들과 수업을 듣습니다. 시시껄렁한 잡담으로 하릴없이 때우던 공강 시간도, MT도, 축제도 없습니다. 등교는 접속으로 대체됐고 소통은 통신으로 변했습니다.

올해 2월 동국대는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윤성이 총장(왼쪽). 사진=연합
올해 2월 동국대는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입학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윤성이 총장(왼쪽). 사진=연합

 

27~66배 폭증한 원격수업

 

코로나19발 원격수업이 가져온 ‘뉴노멀’ 캠퍼스의 일상입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내 원격강좌 증가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의 경우 2019년 1만2천여개에서 34만여개로 27배가 늘었습니다. 원격수업 수강 학생은 122만2천명에서 1천236만3천명으로 9배가 뛰었죠. 전문대는 원격강좌 수가 1천여개(2019)에서 8만9천여개(2020)로 무려 66배, 수강인원은 14만8천명에서 340만1천명으로 22배나 불었습니다. 그야말로 격변입니다.

원래 사이버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에서 개설할 수 있는 원격수업 교과목은 최대 총 학점의 20% 수준이었습니다. 2018년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규정입니다. 이 법령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 얼마 안 돼 교육부는 원격수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습니다. 긴급사태인 만큼 20%가 아니라 80%, 100% 원격으로 수업을 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준 것이죠.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화되던 시기라 학생도, 학교도 규정보다 앞서 서둘러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일반대에서도 현실이 된 온라인 100% 학위과정

 

전례 없는 혼돈은 차츰 일상이 됐고 원격수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1학기 비대면 수업을 대면 수업과 혼용해 학기를 운영한 대학은 전체 93%에 달합니다. 전면 대면으로 이루어진 수업은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교육부는 ‘한시적 규제 완화’를 장기적인 원격수업 활성화 방안으로 바꿔 내놨습니다. 지난해 가을 원격수업 교과목 개설과 이수에 대한 학점 제한을 아예 없애고 100% 온라인 수업으로만 이루어진 공동 학사, 석사 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훈령도 공표했습니다.

안 그래도 대학생활을 송두리째 빼앗겨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해 왔던 학생들과 교수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디지털 혁신안이 발표된 지난해 9월 <매일노동뉴스> 보도를 보면 “온라인 강의 확대 목적은 교육 혁신이 아니라 구조조정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학의 비용 감축이다”(김건수 대학민주화를위한대학생연석회의 집행위원장), “원격수업 제한을 풀고 학위까지 딸 수 있게 하는, 대학을 합법적으로 영리기구화하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 등 지적이 나옵니다.

 

원격수업 만족도 44%, 대면활동 확대 반대는 46%

 

모두가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여론은 수업 방식에 따라 탄력적입니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내놓은 전국 대학생 9만4천여 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험·실습·실기 수업에서는 대면수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으나(63%), 이론수업에서는 비대면수업을 유지해야 한다(47%)는 의견이 약 10%p 더 높았다고 합니다. 대면수업 확대 찬성 사유로는 수업 이해 및 참여도 증진, 교수·동료와 교루 증가 등이 꼽혔고 반대 사유로는 감염 위험 증가와 현행 원격수업에 대한 만족 등이 거론됐습니다.

지난해 2학기 원격수업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약 44%의 학생이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약 40% 선에 그쳤던 1학기 만족도보다 4.3%p 소폭 상승했죠.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어디서든 안전하게 반복 학습이 가능한 점, 교통비 등 대면수업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점을 이유로 짚었습니다. 동아리와 축제 등 수업 외 활동 대면 전환에 대해서는 반대가 약 46%로 찬성 약 33%보다 높았습니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아직 시국이 엄중하다는 판단을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단, 1학년은 근소하게 대면 선호도가 더 높았다고 하네요.

 

‘돈값’ 못하는, ‘진정한 교육’ 불가능한 원격수업?

 

질문을 조금 바꾸면 학생들의 강한 불만이 다시 감지됩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등록금 반환 운동을 펼쳐 온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5월 19일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죠. 응답자는 대학생 4천104명입니다. 다음 학기 원격수업 공지에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60%,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1%로 집계됐습니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는 ‘현재 책정된 등록금은 오프라인 수업 기준이라는 점’, ‘도서관 등 시설 이용이 불가능한 점’ 등이 꼽혔죠. 원격수업이 ‘돈값’을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학생은 여전히 많아 보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학기부터 점차 대학 내 대면 활동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부는 전 국민의 70%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대학별 여건에 맡게 대면수업 등을 늘려간다는 방침이죠. 질병관리청은 그 시기를 9월 말로 보고 있고요. 여태 그래왔듯 방역과 백신 수급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집단면역 이후,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원격수업은 대학의 핵심적인 ‘디지털 혁신안’으로 남을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틀이 잡혔고 이미 학생도 교수도 학교도 많이 적응해버린 상황입니다.

박인우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코로나19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금단의 열매’를 맛 봤다”고 말합니다. 학생도 교수도 좋아하지만 차마 도입하지 못했던 비대면 원격수업의 효능을 다 함께 체감했기에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비대면수업에서는 진정한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을 대학은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못 본 체 할까요? 원격수업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의 창구가 될까요, 아니면 캠퍼스 라이프 자체를 해체해버릴까요? 팬데믹이 떠민 원격수업이라는 눈덩이에 더 많은 질문이 달라붙어 커지고 있습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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