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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관람한 미술 작품... 알고 보니 인공지능 그림이라면?
즐겁게 관람한 미술 작품... 알고 보니 인공지능 그림이라면?
  • 정민기
  • 승인 2021.07.2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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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으로 3명의 허구 인물 창조
전시 큐레이터가 알고보니 진짜 작가
오루코탄 제밀로훈의 작품
아나톨리에 다스칼루의 작품
아나톨리에 다스칼루의 작품
오루코탄 제밀로훈의 작품
아라피산두 살바티에라의 작품
아라피산두 살바티에라의 작품

나이지리아, 루마니아, 파라과이에서 온 세 작가 다스칼루, 제밀로훈, 살바티에라의 회화작품이 한곳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2020년 결성된 "B0NA F1DE"의 맴버다. 이 모임은 영미권과 서유럽 중심의 주류문화에서 벗어나 현대예술의 다원성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영단어 "bona fide"를 직역하면 "선한 믿음으로"라는 뜻이며 "진실한"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룹명이 시사하듯 세 작가는 예술이라는 매개체로 저마다의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모였다. 

온라인 전시 홈페이지에 세 작가의 얼굴 사진과 설명이 상세히 나와있다. 작가들의 사진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된 허구의 인물이다.
온라인 전시 홈페이지에 세 작가의 얼굴 사진과 설명이 상세히 나와있다. 작가들의 사진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된 허구의 인물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위 세 작가는 알고리즘으로 구현된 가상의 인물이며, 작품 역시 모두 인공지능이 제작한 이미지라는 것이다. 전시 속 인물과 작품은 2019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회화작업을 해온 지종현 작가가 구상한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보고 역으로 가상의 작가를 상상해냈다. 또한, 알고리즘으로 작가의 인격을 만들어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작가가 먼저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을 하고,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고전적인 예술 창작 과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종현 작가
지종현 작가

지종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가상 작가는) 마치 실제 작가가 된 듯, 저의 질문에 자세하게 대답함과 동시에 스스로 새로운 질문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만들어낸 가상의 작가와 가상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각 작가의 작품관과 주제 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인공지능과 방대한 데이터, 인간의 상상력, 그리고 프린트된 캔버스에 질감을 입히는 인간의 손.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B0NA F1DE 프로젝트를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회화작업. 기계와 데이터의 힘을 빌려 만들어낸 예술 작품. 생소함이 눈길과 호기심을 끈다. 전시는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27일까지. 

한편, 지종현 작가는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현재 뉴욕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학과에 재학 중이다.

온라인 전시 홈페이지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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