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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학회,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 거부
한국사회학회,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 거부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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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이사회 결정 후 통보 … "비학문적 경쟁 유발"

한국사회학회(양종회 성균관대 교수)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사회학 학문분야 평가를 거부해 파장이 일고 있다. 경제학·물리학·문헌정보학 등의 학문 분야 교수들이 임의단체를 꾸려 집단 거부한 적은 있었지만, 학회 차원에서 평가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한국사회학회는 대교협에 공문을 통해 "사회학과 학과장님들을 대상으로 지난 1월 하순에서 2월 중순까지 평가참가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으며,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평가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통보했다. 이는 대교협이 지난 1월 24일 한국사회학회에 '사회학분야 평가위원 추천'을 의뢰하자, 일부 회원들이 대교협의 사회학 평가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한국사회학회는 평가 거부 이유로 △획일적·양적 평가 등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에 문제가 있고 △다양한 대학들의 특성을 무시한 채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며 △학문적·교육적 경쟁이 아닌 불필요한 비학문적 경쟁을 유발시켜 기초학문인 사회학의 붕괴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을 들었다.

또 △사회학과를 평가한다는 결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져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 △교수, 학생, 교직원들이 평가를 대비해 엄청난 시간과 전력을 투여하는 데 반해 평가 후 실익이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지난 1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40개 대학 가운데 '대교협 평가 반대' 14곳, '조건부 반대' 5곳 등으로 19곳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고, 긍정적 의견은 '찬성' 8곳, 조건부 찬성 1곳 등 9곳에 불과했다. '무응답 및 보류'는 12곳이었다.

양종회 회장은 "지난 9일 이사회 결정 사항을 각 대학 학과에 통보했는데, 공식적인 학회의 입장을 학과들이 따라올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또 양 회장은 "질적인 평가보다 양적인 부분에 치중한 평가 결과로 대학을 서열화시키는 것도 문제이고, 일년내내 교육·연구를 뒷전으로 한 채 페이퍼 웍으로 작성한 엉터리 정보들을 학부모, 학생에게 제공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대교협의 관계자는 "한국사회학회가 보낸 공문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별도로 만나 협의하지는 않았다"라면서 "평가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앞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주기로 추진되는 올해 학문분야 평가 대상은 국문학, 동양문학, 심리학, 사회학, 농학, 약학, 수의학, 체육 분야 등 8개 분야이다.

학문분야 평가는 지난 2003년 경제학·물리학·문헌정보학 분야 등에서 평가시스템 전체가 문제시됨에 따라 △평가항목 축소 △자체 평가보고서 작성 간소화 등 평가방식이 일부 개선됐지만, △과중한 평가업무 부담 △평가위원의 전문성 △평가공개에 따른 서열화 고착 △등의 문제로 계속 비판대에 오르고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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