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2:05 (토)
내가 한 말·마음·행동 모두 다음 생으로 흐른다
내가 한 말·마음·행동 모두 다음 생으로 흐른다
  • 유무수
  • 승인 2021.07.23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의 책_『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 최준식 지음 | 김영사 | 276쪽

 

윤회는 긴가민가하지만
카르마가 깨우치는 교훈은 합리적이다

그리스도교나 이슬람교의 교리에는 카르마의 법칙이 없다.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이며 그 뜻은 ‘(무엇을) 하다’이고 한자로는 업(業)이다. 카르마의 법칙에 의하면 인간이 현생에서 행한 모든 것이 저장되며, 다음 생에 전달된다. 카르마의 법칙은 명상수행이 발달한 인도 종교에서 유래했으며 윤회와 함께 한다.

카르마와 관련하여 37가지의 질문을 제기하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는 한국죽음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한국학과)이다. 한국죽음학회는 인간의 죽음과 무의식, 초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과 같은 주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왔다. 최준식 교수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신관이었고, 중동에 살 때에는 신들의 전쟁을 수행했으며, 고려 시대에는 승려였다고 한다. 전생을 본다는 사람들의 그런 의견을 들었을 때 교수는 마음이 끌리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전생의 영향을 받아서 저자는 종교와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유명한 현각 스님은 ‘애국가’의 곡조를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노래인지 알지 못했지만 가슴 벅찬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를 숭산 스님에게 물었다. “전생에 스님은 한국 독립군이었습니다.” 현각은 일본군의 총탄에 맞아서 전사했고 죽을 때 한이 맺혀서 다음 생에는 강한 나라에 태어나고 싶다는 소원을 품었고 미국에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각 스님이 한국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이끌리는 것은 운명이었다.

인간의 경험이 뇌세포에 유발하는 전기적 자극을 탐구하는 현대 뇌과학의 논리에 의하면 사람이 죽을 때 뇌에 입력된 모든 것은 소멸한다. 그러나 인간의 환생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였던 이안 스티븐슨(1918∼2007)이 수집한 사례는 뇌과학의 논리로 설명이 안 된다. 그의 연구대상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일본군 포탄을 맞고 추락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예이다. 여섯 살 때 불에 타서 죽는 악몽을 자주 꾼 제임스 레이닝거는 전생의 전우들 이름까지 기억했다. 실제로 이들을 찾아보니 모두 사실로 판명되었다는 것이다. 

신체가 허약하고 사고도 잘 당하고 사사건건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 있었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영적 치료사인 에드거 케이시(1877∼1945)의 직관과 통찰에 의하면 그의 전생은 로마 시대에서 잘 나가는 귀족이었다. 그 귀족은 검투사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노예들을 바퀴벌레로 취급하는 삶을 살았다. 전생의 그 비인간적 악행이 그렇게 과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카르마의 논리는 복권에 당첨됐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대박 터졌다고 보지 않는다. 이전 생 언젠가 남에게 거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과보일 수 있다. 복권당첨금은 공돈이 아니라 자기 돈을 뒤늦게 찾은 것이다. 그 돈을 엉뚱하게 쓰면 다음 생이 엉뚱해진다.

카르마, 전생, 환생 등에 이성으로 검증할 수 있는 확실성은 없다. 카르마를 인정한다면 우리 인생은 모두 전생에 의해 결정되고 마는 것인가? 저자는 줄에 묶여 있는 개의 상황을 비유로 들었다. 줄에 묶인 개는 그 줄 너머로는 갈 수 없는 한계에 갇혀 있다. 그러나 줄의 길이 안에서는 자유롭다. 자유로운 영역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행동과 말과 마음 등 모든 게 저장되고 유전(流轉)된다는 카르마 법칙에 의하면 지혜와 자비를 가꾸는 게 최선이다. 그리 할 때 다음 언젠가의 생에서 덜 고달프고 더 행복할 수 있다. 윤회는 긴가민가할지언정 카르마의 논리가 깨우치는 휴머니즘의 교훈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