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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억 원에 미래 교육 팔아넘긴 하버드·MIT
9천억 원에 미래 교육 팔아넘긴 하버드·MIT
  • 정민기
  • 승인 2021.07.19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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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키워온 자체 온라인 강의 플랫폼 edX
비영리 사업인데.., 교수들 동의 없이 사기업이 인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드엑스에 강의를 올린 교수들 중 어느 누구도 에드엑스가 실리콘 벨리의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주는데 사용된다는 것이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MIT대와 하버드는 9년간 자체개발한 비영리 교육 플랫폼 에드엑스(edX)를 교육 기술 영리 회사 2U에 약 9천억 원에 팔아넘겼다. 이에 미국 무흘렌버그(Muhlenberg)대의 제펄슨 풀리 교수(미디어 커뮤니케이션)는 지난 6일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를 통해 “MIT와 하버드가 고등교육의 미래를 팔았다”는 제목의 글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풀리 교수는 “그들(하버드대와 MIT대)의 결정은 매우 중대하고 치명적인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배신행위다. 미래의 대학 강의실을 경매에 부친 꼴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풀리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팬대믹 기간 동안 투자자들이 고등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에드엑스가 9천억 원이라는 거액에 팔리게 된 배경에 온라인 고등교육을 향한 자본의 유입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규모 온라인 강좌 제공 플랫폼 콜세라(Coursera)는 이번 해 3월 상장했고, 교육 관련 벤처기업 인스트럭쳐(Instructure)는 지난달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서류를 제출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에 사용되는 줌(ZOOM)은 코로나19 이후 대박을 쳤다. 

2U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에드엑스를 샀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하버드 가제트>에서 에드엑스를 영리 회사에 팔게 된 이유에 대해 “온라인 교육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기업 인수의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했다. 

풀리 교수가 하버드대와 MIT대의 에드엑스 판매를 비판하는 이유는 에드엑스가 비영리적인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에드엑스가 인수된 이후 2U는 에드엑스의 모든 사업과 결정을 최대 이윤을 내기 위한 방향으로 바꿀 것이다. 이는 결국 2U 주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지 교육의 공공성이라든지 학술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온라인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대학에서는 점점 더 많은 온라인 강의를 내놓고 있다. 풀리 교수는 “대학이 제공한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는 2U나 콜세라(Coursera)와 유사한 영리 기업 수중에 들어갈 것이다”고 지적했다. “2U는 이미 80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5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에드엑스를 인수한 이후 이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근시안적인 선택이다. 이미 과거에 학술 출판계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풀리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학술 저널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 대형 출판사에게 수익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출판 업무를 넘겼다. 그 결과 독점 출판사들이 대학에 고리대금을 무는 상황에 오면서 최근 학술계는 대형 자본에 잠식되고 있다.

풀리 교수는 “대부분의 학술적 글쓰기와 리뷰는 무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는 이윤을 내기 수월하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도 이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대부분의 대학 교수들은 무료로 수업을 녹화하고 대학 측에서 비영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개했다. 풀리 교수는 “비영리적인 자료를 이렇게 상업적으로 뒤바뀌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폴리 교수에 따르면, 2U는 에드엑스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것이라고 내새웠다고 한다. 이는 대학이 추구하는 전통과 가치관에 상충된다는 것이 폴리 교수의 입장이다. 자본을 앞세워 경쟁하는 여러 교육 플랫폼들은 결국 “교수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대학 강의를 이용해 학생들에게서 이윤을 짜내려는 것”이라고 폴리 교수는 비판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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