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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자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자아
  • 유무수
  • 승인 2021.07.16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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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나는 왜 내가 힘들까』 마크 R. 리어리 지음 | 박진영 옮김 | 시공사 | 368쪽

 

자아가 삶에 불필요하게 끼어드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삶의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

자아는 저주다. 그렇다면 그 저주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국제 자아 및 정체성 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elf and Identity)’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한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과 관련된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자신의 경험들을 저장하고,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인이라고 믿으며 미래도 계획하는 의식의 주체가 있다. 저자에 의하면 바로 이것이 ‘자아’다. 인간이 사회생활 속에서 적절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자기인식도 필수적이다. 저자는 자아가 저주인 사례들을 언급하면서도 자아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자아는 긍정적 특성과 부정적 특성을 모두 지닌 양날의 검과 같다.

자아의 무엇이 저주인가? 저자의 아들이 일곱 살 때 스케이트를 타면서 무릎 보호대를 거절했다. 친구들에게 겁쟁이라는 놀림을 받기 싫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미국과 아일랜드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25%가 주변 친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위험 운전을 한 적이 있었다. 남학생의 3분의 1이 멋져 보이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과정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고등학생들에게 자아의 간섭을 줄이는 ‘삶의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1960년대 이후로 피부암 발생률이 급증했다. 가장 큰 원인은 태닝이었다. 돈과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들은 햇빛 아래에서 자주 놀았고, 그을린 피부가 부와 지위의 상징이 되었다. 태닝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태닝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지 않았다. 뽐내는 게 그만큼 중요했다. 이 외에 우울증, 죄책감, 수치심, 시기, 질투, 오만, 불면증, 홈경기 패널티(홈에서 중요한 경기를 할 때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현상), 불평, 남 탓, 자기비난, 과도한 걱정, 과도한 다이어트, 보복운전, 자살 등에도 자아가 깊숙이 얽혀 있다. 

‘영알남’이라는 유튜버가 영국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축구에서 경쟁하는 리버풀 지역을 돌아다니는 실험을 했다.  공격적인 눈총을 받았고, 밤의 뒷골목이면 폭행을 당할 것이니 절대 입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 이렇게 사소한 차이마저 ‘자아’를 한 번 거치면 ‘내집단편향’이 작동하고 적대적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때 아일랜드에서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사이에 폭력사태가 일어나 경찰관 55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났다. 비슷한 일로 196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4,000명이 죽고 3만 6,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싸움의 원인은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일이며 생존에 필수적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단지 자신과 다른 편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정치와 종교에 얽힌 자아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저주의 마법에 아주 쉽게 지배당하곤 한다.

저자는 자아의 오류를 조명하면서 ‘자아를 초월(탈자아)해야 한다’는 동양철학과 종교지도자들, 신비주의와 명상의 가르침을 수렴했다. 그리고 ‘균형’을 주장했다. 자아에 저주가 듬뿍 깃들어 있다 해서 범인이 자아를 버리거나 초월하여 무아가 되고자 한다면 자아의 유용성까지 포기하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자아의 재잘거림을 가라앉히는 명상의 규칙적인 실행”이나 “자신의 판단이나 신념을 회의하며 검토해보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탈자아의 생활양식을 확대하면서 자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훈련하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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