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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제 없애고 계약제 도입…같은 직급에 임금 3배이상 차이”
“종신제 없애고 계약제 도입…같은 직급에 임금 3배이상 차이”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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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세계의 대학개혁 2] 중국 교수사회의 주요 변화

 지난 2003년 5월, 베이징대는 중국 교수사회에 ‘대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베이징대는 ‘교수 초빙과 승진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100년 전통의 베이징대에 강도 높은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이 방안은 모교출신의 근친번식을 막고 교수 종신제 폐지 등 평가제도 도입을 통해 능력이 떨어지는 교원은 퇴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베이징대 ‘모교출신’ 임용 제한 둬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시도된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이 ‘철밥통’을 깨뜨리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교수임용은 철저히 계약제로 변했다.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전임 강사는 3년씩 두 번 연임하고도 승진하지 못하면 자동 퇴직이다. 부교수의 경우 이과․의과 계열에서는 최고 세 차례에 걸쳐 모두 9년,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최고 네 차례 12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승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바로 퇴출이다.

 

재직중인 교수들에게도 새 인사제도가 적용됐다. 기존의 부교수는 2회 범위 내에서 정교수 승진 기회를 제공하되 승진 심사에서 탈락했을 경우, 반드시 1년 후 재승진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도 탈락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 정년 보장을 받은 정교수도 교육이나 연구 활동의 기준을 3년 연속 수행하지 못하면 퇴출대상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성과가 없는 학과에 대해서는 존속 여부에 대한 평가를 통해 폐지시키고 소속 교수도 퇴직하도록 만들었다.

 

중국의 교수 직위는 강사-부교수-교수 등 세 가지 직위로 구성돼 있고 교수 정년은 60세다.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대부분의 교수들이 ‘부교수’ 직위에서 정년퇴직을 했던 것에 비춰보면 개혁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 베이징대 개혁안은 ‘근친번식’의 타파를 위해 본교 출신 박사의 채용을 금지했다. 외국학위를 다시 취득하거나 다른 대학에서 일정한 경력을 쌓은 경우만 본교 출신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개혁안 발표직후 대학사회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인터넷 기고가는 “베이징대 교직원 8천명 가운데 2/3를 차지하고 있는 행정직에 대한 개혁을 미루고 힘없는 교수사회를 먼저 겨냥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행정부문부터 개혁하라고 비판했다.

 

성과급제 강화…다양한 임금체계 갖춰

능력과 실적에 따라 다양한 임금체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중국 교수사회의 주요한 변화 양상이다. 같은 직급의 교수라도 대학에서 어떤 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월급은 천차만별이다. 기본급은 같지만 수당이나 성과금이 차등 지원되고 있다.

 

베이징사범대학의 경우 외국 유학생이 1천5백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협력과와 비슷한 ‘외사처’는 외국 유학생 유치에 따른 성과를 인정받아 수익금의 일부는 학교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관련 교수들에게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외에도 연구과제 유치 실적, 석․박사 배출 실적, 출판사 등 부속기관의 수익금 창출 실적에 따라서도 월급이 달라진다.

 

대학기업 5천여개…“연구와 상업화 구분해야”

이러한 인센티브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가 교육경비를 전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재정수입구조를 다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이 사라져 학생 등록금을 받고 있고, 지방정부와 사회단체도 교육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우리나라의 ‘학교기업’과 같은 샤오반기업이다. 지난 1980년대 이후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2001년말 기준으로 5백75개 대학이 무려 5천여개의 샤오반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액이 9조원에 달할 정도다.

 

교수가 사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구나 교육보다는 기업에 더 신경을 쓰는 폐단도 나타났다. 학교가 사업장화 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푸단대학의 양위량 부총장은 “국립대학이 만든 샤오반 기업은 결국 국영기업인데 국영기업이 없어지는 추세와도 모순된다”면서 “대학은 기술투자만 하면 좋겠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교육전문가인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혁신박람회특임센터 소장은 “중국 대학의 교수사회는 여전히 연공서열이 존재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실용주의’와 ‘능력주의’가 접목돼 유동성이 커졌다”면서 “교수 정년이 60세 이지만 능력에 따라 80세까지도 교수직이 보장되기도 하고, 30대 부총장이 나타나는가 하면 대학 부설 실험소학교에 20대 교장이 부임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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