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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이 경제발전 중점전략…‘효율과 경쟁’ 과감히 도입
대학개혁이 경제발전 중점전략…‘효율과 경쟁’ 과감히 도입
  • 한인희 대진대 교수
  • 승인 2005.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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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학개혁] 2. 10년넘게 ‘선택과 집중’전략 펴는 중국
 

한인희 / 대진대 중국학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 출발은 바로 사회주의의 속박을 깨뜨리는 사고의 전환이었다. 등소평에 의해 ‘사상의 해방’으로 주창된 이러한 개념의 출발선에 중국 교육의 개혁이 있다.

 

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였던 등소평은 1977년 12월, 전 중국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그 어느 시기보다 심대하게 가치의 혼란을 가져왔던 문화대혁명 이후 중단되었던 대학입시의 부활을 결정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대학입학연합고사를 실시해야 했지만 인쇄할 종이가 부족하자 때마침 인민출판사에서 출판을 기다리던 ‘모택동선집’ 인쇄용지를 시험지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이른바 ‘홍(이념)’에서 ‘전(기술)’으로 국가 정책이 교체되기 시작하였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는 동시에 대학교육의 중요성이 국가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웅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이 어떻게 대학교육 개혁을 진행하였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대학 교육 무력화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이 채택한 대학 개혁 전략은 크게 네 가지이다.

▲중국 정부는 대학개혁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11공정의 전체 투입 자금은 인민폐 183억 위엔에 달한다. ©

 

1천여개 대학 중 1백개 대학 선정 ‘집중지원’

첫째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995년부터 실시한 ‘211공정’이다. ‘211공정’이란 21세기 중국의 100개 대학과 600개의 중점학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 선택된 대학과 중점학과에 대해 교육의 질, 과학연구, 관리수준과 학교관리의 효율성 등을 크게 제고시키고 내부적으로 고급인재의 배양, 경제건설과 사회발전의 중대한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98개 대학이 선정돼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경제발전 전략과 맞물려 있으며, 특히 ‘제9차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중점 전략이기도 했다.

 

‘211공정’을 통해 중국 내에서는 대학간 통폐합, 학과의 구조조정, 인력조정 등 대대적인 대학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성과는 현재 98개 중점대학이 전체 학생수의 32%, 석사과정의 69%, 박사과정의 84%를 차지하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중국의 대학 개혁이 진정한 의미의 ‘선택과 집중’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대학개혁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11공정’의 전체 투입 자금은 인민폐 183억 위엔에 달한다. 그 중 중점학과 건설자금으로 63억 8천8백만 위엔이 투입되었으며, 공공서비스 체계 건설자금으로 35억 위엔, 기초 시설 건설 자금으로 10억 6백 위엔, 시설배치 건설 자금 73억 3천 2백 위엔이 투입됐다.

 

베이징대 청화대는 세계 일류대로 육성

이와 함께 주목할 것은 ‘985공정’으로 불리는 35개 중점대학 집중 육성 전략을 들 수 있다. 1998년 5월, 베이징대학 100주년 개교기념식에서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현대화 실현을 위해 중국은 세계 선진수준을 갖춘 약간의 일류대학이 필요하다”라고 한 연설을 기념해 이른바 ‘985공정’이 시작됐다.

 

이 연설이후 중국 교육부는 ‘21세기를 향한 교육진흥행동계획’의 일환으로 이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중국 교육부가 35개 대학을 선정해 세계 일류대학 및 국내외 지명도가 높은 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실행중이다.

 

세 그룹으로 나눠 차별적으로 진행중인데 제1그룹은 9개 대학으로 ‘2+7’체제다. 2개의 핵심대학은 베이징대, 청화대이며 7개 대학은 복단대학, 상해교통대학, 서안교통대학, 절강대학, 남경대학, 중국과기대학, 하얼빈공과대학이며 이 대학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정책이다.

 

제2그룹은 26개 대학으로 중국을 7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 중점대학을 집중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이들 대학들은 목표수준에 따라 중앙정부와 성․시정부의 대학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철저한 ‘선택과 집중’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여입학제’ 실시…학교시설 확충에 사용

둘째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사회주의의 특징은 획일성인 ‘평균주의’에 있다. 그러나 중국 교육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책은 여러 분야에서 목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입시제도의 개선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입시선발 방식을 통해 각 분야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적인 관리를 위한 지역할당제 선발 방식을 통해 지역 간 균형을 유지하는 점은 우리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또한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이른바 기여 입학제를 실시하고 있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은 학교 시설 확충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대학생 숫자를 대폭적으로 증가시켰다. 이 조치는 가내 자금을 국가경제발전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비난도 있었으나 경제발전과 현대화에 필요한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그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셋째는 대학의 ‘경쟁력 제고’가 최우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이란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체제의 독보적인 가치이다. 경쟁은 차별을 가져오기 때문에 ‘평균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가치에는 위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교육에서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을 제고한다는 목표에 맞추어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쟁력 강화 방법으로 교수 평가제를 들 수 있다.

 

중국이 교수평가제를 통해 사회주의 교육의 특징이었던 교수 종신제를 타파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의 파격적인 방법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시키고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교육정책 일관성 지속성이 배울점

넷째, ‘경영 메카니즘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1990년대부터 시작된 대학 간 합병을 앞서 설명한 ‘211공정’과 함께 실시하여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였으며, 상호경쟁을 통한 전체적인 수준향상 및 교육의 질, 연구능력 등을 상당히 제고시켰다.

 

물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이익 때문에 상호 충돌현상이 발생하였지만 현재까지 비교적 성공적으로 경영 메카니즘이 정착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 설립한 기업의 성공적 발전은 경쟁 체제 속에서 꽃을 피운 대표적 예이다. 유명한 북경대의 ‘북대방정’과 청화대의 ‘청화자광’ 등이 바로 대표적인 학교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의 대학교육의 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의 문제이다. 우리의 경우 5년 단임의 대통령제하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장이 잦은 교체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부족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11공정’으로 대표되는 ‘선택과 집중’의 정책은 10여년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교육과 대학 개혁이 국가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즉 장기적인 국가발전 전략과 교육 개혁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입시제도의 다양성을 통해 인재의 적기 배출과 적재적소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끝으로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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