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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교수노조 출범... “목표는 학술 공동체의 발전”
건국대 교수노조 출범... “목표는 학술 공동체의 발전”
  • 정민기
  • 승인 2021.07.08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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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건국대 교수노동조합 총회·출범식 열어
초대 위원장에 한상희 로스쿨 교수..."양적 연구업적 평가, 교수 본연의 역할 저버리게 해"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건국대학교 지회 총회와 출범식이 8일 열렸다.  사진=줌 화면 캡쳐

건국대 교수노동조합이 출범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건국대학교 지회 총회와 출범식이 8일 열렸다. 한상희 교수(법학전문대학원·사진)가 초대 위원장을, 장원종 교수(의학과)는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출범식에는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과 전영재 건국대 총장, 송치만 건국대 교수협의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이종복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위원장과 방효원 한국대학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이 격려사를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청래 국회의원도 참석해 특별축사를 전했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한상희 건국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노조 위원장

한 위원장은 “교수노조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술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라며 “교육혁신과 교권 수호를 위해 다함께 힘과 지혜를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노조가 추구해 나가야 할 방향은 ‘기득권 확보’가 아니라 ‘학술 공동체 발전’이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와 대학의 정책은 교수들의 연구 능력을 북돋는 것이 아니라 ‘착취’하고 있다”고 한 위원장은 말했다. 특히 연구업적 평가가 가장 큰 문제다. “질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업적의 양만 추구하는 현재 방식은 교수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게 했다.” 진리와 정의를 추구해야 할 교수들이 실적 평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야 할 연구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현재 업적평가가 학술 공동체의 진흥을 압박하는 형태로 짜여진 이유가 교수 공동체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교수평가 관련 기준이 교수 공동체 외부에서 들어왔다”며 “다양한 전공과 연구 분야의 특이성을 모르고, 학술 공동체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획일적인 평가방식이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예시로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논문 몇 편은 세상을 바꿔놨다. 그런데 이 위대한 논문이 2020년 대한민국에서 나왔다면 아인슈타인은 교수업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논문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수업적평가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해답은 이미 교수들에게 있다. 교수사회가 주축이 돼서 직접 새로운 평가 방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협의해나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해결될 것이다.”

교수노조를 설립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한 위원장은 “건국대의 경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출범식에 건국대 이사장님과 총장님도 참석하신다”고 답했다. 대학 측에서도 교수노조 출범을 환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교수노조가 추구하는 바와 학교법인과 대학본부가 추구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물론 세부사항에서는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학술의 발전으로 대학을 성장시킨다’라는 큰 목표는 같다는 설명이다. 

교수노조가 출범하면 비전임 교수들의 교권 보장을 위해 노조 측과 대학 측의 마찰이 심해지지는 않을까. 한 위원장은 “물론 마찰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협의를 통해 갈등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무조건 대립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학교 재정 상황 내에서 최대한 해결해 나가야 하고, 대학 측도 교수들과 같은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노조 설립을 준비 중이거나 고민 중인 다른 대학의 교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한 위원장은연대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들 대학이 위기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위기의 다른 말은 새로운 출발이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여행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 대학과 교수사회도 과거의 길을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학술 공동체가 필요하다. 교수노조를 설립하려고 하시는 전국의 교수님들께서는 이런 창대한 꿈을 가지고 출발하시면 좋겠다. 건국대 뿐만 아니라 경희대, 중앙대, 홍익대, 그리고 대부분 국립대에 출범한 교수노조들은 언제든지 여러분들과 함께 연대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건 고립된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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