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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흐름 : '환경운동' 내부비판 제기돼
담론흐름 : '환경운동' 내부비판 제기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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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의 우울한 현실

대안에너지 운동을 활발히 펼쳐온 이필렬 방통대 교수가 ‘창작과비평’ 봄호에서 환경운동 전반에 대해 쓴 소리를 던져 관련 동네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1일 프레스센터에서 ‘환경정의’가 주최한 ‘참여정부 2년 환경정책 평가’에서는 ‘프레시안’의 환경․과학기자 강양구 씨가 정부가 아닌 환경운동단체를 맹렬히 비판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간지들은 이 교수의 비판을 사설로, 칼럼으로 옮겨가며 환경단체의 극단주의와 권력화에 대해 멋들어진 공격을 가했다. 필자인 이 교수로서는 이런 식의 보도가 당황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그의 글은 환경운동의 극단성과 권력접근성을 예로 들긴 했지만, 핵심은 환경운동 주체들의 ‘자기중심성’, 회원중심의 운동을 소홀히 여기는 것, 진중한 논의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는 것 등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대안’적인 방향을 선호하는 이 교수의 환경철학이 담겨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관점과 비판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반응이었다.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이 교수의 비판에 대해 “환경운동의 목적은 올바른 환경정책이 국가정책으로 수용되도록 하는 것인데 그것과 권력화가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 교수의 비판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것은 우선 언론에 의해 번역됨으로써 정치적으로 왜곡된 내용을 환경단체 측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연 이 교수의 글에 등장한 '권력접근성'이란 말이 권력화에 대한 비판에 그 초점이 있는 것일까.

문제의 대목은 이런 것이다. 지난해 부안사태 이후 산업자원부가 에너지 정책을 환경단체와 함께 논의하고 세워보자는 취지로 10개 환경단체에 제안한 ‘에너지정책민관합동포럼’을 환경단체가 받아들였다. 그런데 2달후 탈퇴를 선언하고 10개 환경단체가 전부 빠져나왔다. 이 교수는 여기 의문을 제기한다.

아무리 “공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하지만 임의의 결사체에 불과한 환경단체가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의 위임을 받아서 국가를 책임지게 된 정부와 공동의 팀을 구성해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기구에의 참여는 대표성이나 정당성의 기준으로 접근할 때 언제나 논란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 비판의 요지였다. 현재 환경단체는 지난해 말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여는 등 극단적으로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이것은 환경의 위기가 아닌 환경운동의 위기”라고 꼬집었다. 녹색연합 측은 더욱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환경운동 전반이 위기라는 점은 예전부터 느껴왔지만, 한 개인의 의견에 일일이 대답할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라면서 이필렬 교수의 글에 관해서는 코멘트를 거절했던 것이다.

이런 식의 원론적인 대답과 인터뷰 거절에서 느껴지는 것은 환경운동을 이끄는 사람들의 ‘폐쇄성’과 ‘자기합리화’의 오래된 관행이었다. 가령 프레스센터에서 강양구 기자가 가한 비판에서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강 씨는 이번 연말에 줄줄이 통과된 기업도시법을 필두로 한 각종 개발법안, 골프장 규제완화 정책을 거의 손놓고 다 놓친 것은 “그 치명적 결과가 명백히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단체의 무기력증”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또한 이번 지율의 단식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환경운동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이끌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그것을 “정부 환경정책과 그 동안의 개발 관행에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운동으로 전환시키지 못했던 것”을 들어 환경운동의 전략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환경운동이 과학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오직 ‘재앙 시나리오’에만 의존한다든지, 유전자변형식품 같은 대중적 이슈는 물론이고, 국가정책의 핵심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과학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대응하지 않는 것은 큰 그림을 읽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의 내용을 리뷰한 ‘환경정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러한 내용은 단 한줄도 등장하지 않고,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을 뿐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환경운동, 타자를 신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필렬 교수의 말마따나 그 스스로도 신뢰를 잃어버린 환경운동의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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