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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과 검찰개혁, ‘국민 토론’으로 소통했더라면
탈원전과 검찰개혁, ‘국민 토론’으로 소통했더라면
  • 강치원
  • 승인 2021.07.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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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원의 ‘원탁토론 운동 30년, 내가 얻은 교훈 그리고 미래 교육’ ④

2012년 토론문화를 교육현장에 직접 적용할 기회가 왔다. 경기도교육청 직속기관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 공모에 지원했다. 김상곤 전 부총리의 경기도 교육감 시절이다. 나는 교원연수나 행정직 연수를 일방적 강의식이 아니라 참여의 토론식으로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당시 연수원의 강의실은 보통 계단식이었다. 연수원에 강의를 하러 가면 교육감 인사말 다음 시간에는 뒷줄부터 교장선생님들이 반쯤 누워서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신축 중인 경기도교육연수원의 계단식 3층 대강당에서 공사 중인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평면식으로 개조하도록 제안하여 추진하기도 했다. 

나는 강의를 할 때마다 frontal form 자리배치를 U-form 이나 그룹별 자리배치로 바꾸면서 강의를 진행했다. 일방적 연수가 아니라 참여식 연수를 위해서다. 토론식 참여식 연수는 나의 신념이었다. 근무하는 연수원 현관에는 커다랗게 현판이 걸렸다. “튀어라! 그러나, 지지를 받아라!” 창조적 공동체성이라는 나의 교육철학을 표현한 슬로건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두세 개로 쪼개라. 그것이 분석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두세 개로 묶어라. 그것이 종합이다.” 2013년 11월에 『토론의 힘』 (느낌이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소통과 토론에 관한 철학과 방법론을 정리한 책이다. 

토론의 달인을 위한 ‘5+3 법칙’

연수원장 임기가 끝나기 전 2014년 여름 ‘새 시대의 교육을 그리다 : 왜 독일교육인가?’를 주제로 제8회 학술 심포지엄(원탁토론아카데미·경기교육학회 공동주최)을 열었다. 연수원장 퇴임 후 같은 해 10월 ‘민선 교육감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초청해 전·현직 교육감 정책 토론회(원탁토론아카데미 주최)를 열었다.

조희연(사진 맨 왼쪽)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초청해 전현직 교육감 정책토론회 개최 모습. 사진=강치원

2015년 6월 양평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국회의원 워크숍에 원탁토론 진행 강사로 초빙되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국회의원 대상으로 마이크를 잡아 보았다. 10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을 10개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토론을 한 후 그룹의 대표들이 패널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날씨는 더워지는데 참여자 전체가 그룹토론을 할 장소는 너무나도 협소했다. 더구나 2~3시간으로 진행한다니! 토론 진행 방식을 강의하고 그룹토론과 패널토론을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한 정당 안에 원탁토론 문화의 열매를 맺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워크숍 모습. 사진 가운데 정장을 입고 있는 이가 필자(강치원)다.

내가 정리한 토론의 기본 법칙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함께 토론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관심을 갖는다. 둘째, 경청과 메모를 잘한다. 셋째, 질문과 대답을 잘한다. 넷째, 포인트와 스토리를 살려 말한다. 다섯째, 눈빛과 목소리를 좋게 해야 한다. 여기에 토론의 달인이 되고자 한다면 세 가지가 더 필요하다. 첫째, 다양한 형식과 절차와 방법에 익숙해야 한다. 둘째, 내용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철학과 비전을 갖추어야 한다. 토론의 달인을 위한 ‘5+3의 법칙’이다.  

원탁토론의 세 가지 의미

실현하고자 하는 원탁토론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람의 영성, 인성, 감성, 지성 등을 키우는 최선의 ‘교육적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 갈등의 조정과 통합을 이끌어 내는 최상의 ‘정치적 절차’다. 또 다른 하나는 발전과 진보를 위한 최고의 ‘역사적 실천’이다. 우리가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토론에 기초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원탁토론의 다섯 가지 특성 때문이다. 한 사람이 열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같은 한권의 책을 읽고 대화와 토론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효과적이다(문답, 토의, 논쟁). 90년대 중반 원탁토론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말하던 슬로건이다. 진정한 수월성은 협동을 잘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수월성을 기르는 최고의 방법은 협동성 교육이다(수월성과 협동성의 상보관계). 토론에 지고 사람을 얻으면 이기는 법이다(토론과 인성교육). 진리의 섬광은 서로 다른 견해들이 부딪힐 때 튀어나온다(토론의 창조성). 토론은 약자의 연대와 강자와의 협상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확대를 모색한다(토론의 진보성). 

문재인정부 시대, 소통에는 아쉬움이 많다

돌이켜 보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토론문화가 활성화되었던 것 같다. 그때 고위 행정직 대상 원탁토론 연수 강사로 초빙되기도 했다. 토론 프로그램이 많았던 것도 그 두 대통령 재임시절이다. ‘국민과의 대화’나 ‘검찰과의 대화’가 그 예다. 다만 대통령이 말을 적게 하고 검찰들이 말을 많이 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문재인정부 시대 소통에는 아쉬움이 많다. 진정한 국민적 토론이 별로 없다. 일방적인 청와대 청원이나 유튜브 영상이 주를 이루고, 프로보커터(선동적 도발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념 간, 정파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으며, 가짜 뉴스는 범람하고 있다. 

월성원전 수사가 진행 중이다. 탈원전 의제를 국민적 토론의 방식이 아니라 배심원 토론의 방식으로 전개한 것이 잘못이었다. 배심원 토론 방식은 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진정한 공론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그러나 탈원전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는 것은 배심원들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지 않는가? 그런데 정부 초기 배심원 토론이 대세였다. 그러다가 어느새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제안한 것일까? 

검찰개혁의 접근도 마찬가지다. 국회 대정부 질문과 답변이 관심과 조명을 받는 이유는 국민들이 진정한 국민적 소통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18일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새 시대 새 교육을 그려본다’를 주제로 김상곤 전 교육감 초청강연회(원탁토론아카데미 주최 제 253강 교육포럼)를 개최했다. 2017년 12월 ‘4차 산업혁명과 평생학습시대 : 한국 교육의 재구조화’를 주제로 제9회 학술심포지엄(노웅래 의원실·원탁토론아카데미 공동주최)을 열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나 국가교육회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계속)

강치원 호서대 특임교수 / 원탁토론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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