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7 18:09 (수)
‘질문에 대한 질문’, 통섭·비판력으로 확장
‘질문에 대한 질문’, 통섭·비판력으로 확장
  • 박제윤
  • 승인 2021.07.08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철학하는 과학 과학하는 철학 3, 4』 박제윤 지음 | 철학과현실사 | 629쪽

 

통섭 연구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자원 
비판적 질문은 뇌 신경망이 새로운 개념체계를 찾도록 촉발

컴퓨터 연구자 또는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철학 공부가 필요한가? 그리고 뇌 연구자에게도 철학 공부가 필요한가? 앨런 튜링은 논문 「계산 가능한 수에 대하여」를 1936년 철학전문 학술지 『마인드』(Mind)에 발표하였다. 그 논문에서 그는 테이프에 수를 적어 넣기만 하여도 모든 계산이 가능하다는 ‘튜링머신’ 개념을 제안하였다. 또한 그는 어느 수학 체계 내에서 자신의 체계가 옳은지를 증명할 수 없다는 괴델과 같은 입장임을 밝힌다. 그는 후속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을 1950년 같은 철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자동계산기가 앞으로 지적일 가능성을 주장하며, 있을 법한 반대 논증을 철학적으로 논박한다. 물론 그가 감히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었던 선행 연구가 있었다. 

버트란트 러셀은 1905년 같은 철학 학술지에 논문 「지시에 대하여」를 발표하고, 그 논문에서 일상 언어를 기호로 표기하면, 우리의 추론을 계산할 수 있을 술어논리 체계를 제시하였다. 그의 제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1921년 저서 『논리철학논고』에서 조금 다르게 일상 언어를 기호로 변환하는 명제논리 체계를 제안하고, 오직 세 가지 논리적 연결사(and, or, not)만으로 모든 사고를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컴퓨터 논리 소자는 그 셋으로 구성된다. 그런 선행 연구가 있어 튜링은 자신의 계산기가 앞으로 지적 사고를 계산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하였다. 물론 지금도 인간의 특별함에 무게를 두는 철학자, 혹은 자신의 프로그램이 어떤 철학적 고려에서 나왔는지를 모른 채, 기계적으로 코딩만하는 인공지능 개발자라면 ‘그것은 결코 생각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이다. 

제자 튜링의 아이디어를 개선하여 폰 노이만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범용컴퓨터 구조를 제안하고, 처음 컴퓨터를 구현하였다. 그는 골수암과 투병하며 쓴 실리먼 강연 원고 『컴퓨터와 뇌』(1958)에서, 자신의 컴퓨터와 다른 신경망을 닮은 계산기가 나와야 하며, 뇌의 계산 방식을 설명하고자 했다. 자신의 컴퓨터가 순차처리 계산이라면, 신경계는 병렬처리 계산이다. 그가 기대했듯이, 인공신경망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졌고, 오늘날 딥러닝으로 발전되었다. 신경계산학자 테렌스 세즈노스키와 철학자 처칠랜드 부부는 신경계의 수학적 계산에 기반하여 신경망 계산모델로 신경망 표상이론을 제안했다. 그 제안에 따르면, 인공신경망과 실제 신경망은 모두 자기조직화를 통해 텐서(tensor. 확장된 백터)로 파악되는 추상적 개념 및 일반화를 스스로 찾는다. 물론 인공신경망 AI는 인간의 신경계와 다르며, 그것이 찾은 개념은 인간 개념과 다르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에서 인공신경망 AI는 첨단 과학 연구를 위해 더 필수적이다. 인간이 직접 가늠하기 어려운 개념을 찾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신세계를 물리적으로 탐색하는 시도, 즉 철학적 의문에 과학적으로 대답하려는 시도가 환원주의가 아닌지 철학의 부정적 의심이 있다. 그런 의심하는 철학자는 철학은 과학과 연구 방법 및 목표가 다른 독립적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괴델과 튜링이 명확히 밝혔듯이, 우리는 자신의 지식 혹은 앎이 옳은지를 자신의 연구 분야 내에서 정당화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알아보려면, 주변의 지형지물을 확인해야 한다. 그렇듯 철학자가 자신의 이론이 옳은지 알아보려면, 주변의 과학을 살펴야 한다. 과학과 철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침투하는 관계에 있다. 에드워드 윌슨이 말로, 서로 ‘통섭’하는 관계이다. 자신의 연구 분야를 넘어 타 분야를 공부하면, 자기 분야의 개념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그리고 철학의 궁극적 질문은 신경망이 스스로 새로운 개념체계를 찾도록 촉발한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묻느냐에 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위해 철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책이 그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박제윤
인천대 기초교육원 객원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