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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에서 ‘자본세’로 치닫는 문명
인류세에서 ‘자본세’로 치닫는 문명
  • 유무수
  • 승인 2021.07.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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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인류세와 코로나 팬데믹』 최병두 지음 | 한울 | 312쪽

 

인류가 지니고 있는 지질학적 힘에 책임이
동반되지 않으면 자연의 역습은 필연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이지만 놀이터에 나오는 엄마와 아이를 가끔 볼 수 있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 ‘옥에 티’가 있다. 마스크다. 아이는 서너 살 때부터 야외활동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당연한 세상을 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를 타면 쫓겨난다. 5년 전, 10년 전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이었다.

이 책에 담긴 논의에 의하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은 약과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고, 최근에는 10년에 0.17도씩 상승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 되어 2040년에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상승한 상태에 이르면 인류는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서 멸종의 위기에 빠진 북극곰의 처지로 굴러 떨어진다.

지질학에서는 암석 기록에 근거하여 지질 시대를 세분한다. 지질시대의 단위로는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이 있으며, 국제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는 안정된 기후 조건 속에서 인류가 번성하기 시작한 1만 2000년 전부터 현대까지를 홀로세(Holocene)로 구분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1933∼2021)은 지구 시스템의 기능에 인간으로 인한 균열이 일어난 현실을 반영하여 2000년에 ‘인류세(Anthropocene)’를 제안했다. 이 개념은 인문사회계와 문화예술계 등의 분야로 담론을 확장해왔다. 

 

0.17도씩 상승하고 있는 지구 평균 기온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지구적 생태 위기의 양상들과 인류세의 개념 논의 및 인류세를 위한 녹색전환의 필요성을 다루었다. 콘크리트 폐기물,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폐기된 방사능 물질 등 인간이 버린 각종 폐기물은 지구의 지층 구조에 층서학적 기록을 남기게 될진대, 홀로세 이전과 다른 점은 자연의 작용이 아니라 인류의 작용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인류세’가 제안된 것이다. 

제2부는 코로나19 위기의 발현과 대응 과정에서 제기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마구잡이로 점령함으로써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에 발생했으며,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얽힘과 확산에 의해 대유행이 가능했다. 그래서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로 명명되어야 하다는 주장도 있다. 제3부는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방역국가의 역할과 인간·생태안보 이슈를 다루었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의 역할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대처는 ‘인권’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저자는 단일 국가의 영토에 국한된 국가안보의 개념은 “인간의 생명과 생존권을 추구하는 인간안보”와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서 공생적 발전을 의미하는 생태안보”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지리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저자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과 언론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이다. 저자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과 관련, “시속 100 킬로미터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시속 2천 킬로미터 이상으로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서문을 시작했다. 그만큼 지구의 생태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과 자연 간 관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이상의 절제와 배려를 지니자는 ‘녹색전환’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녹색전환’은 지구적 규모로 강화되고 있는 생태 위기를 직시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등 모든 면에서 자연과 공생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인류가 녹색전환을 무시하는 행동을 축적해나갈 때 코로나19보다 더 센 놈(?)을 만나는 것은 필연이다. 가까운 미래의 일상생활에서 과연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느냐, 아니면 화생방용 방독면을 써야 하는 재앙을 초래하느냐는 인류의 선택에 달렸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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