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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으로 늘어난 과학인프라, 연구 기반은 제대로일까
양적으로 늘어난 과학인프라, 연구 기반은 제대로일까
  • 김재호
  • 승인 2021.07.05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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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IMD 세계경쟁력 분석, 과학인프라 2위의 의미

외형적 R&D 지표로 과학인프라 순위 따지기보단
박사급 연구원 많은 대학·공공연구기관에 연구 기반 마련 필요

한국의 ‘과학인프라’ 국가경쟁력이 정말 2위인 것일까? 지난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지표상 과학인프라 부문이 전년도에 비해 1단계 올라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과학 연구의 기반이 제대로일지는 의문이다. 

최근 발간된 「2021 IMD 세계경쟁력 분석」(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통계 브리프 2021년 제9호)에 따르면, 인구 천명당 R&D연구자 수(정량, 1위), GDP 대비 총연구개발투자비(정량 2위) 및 기업연구개발비 비중(정량, 2위), 인구 10만 명당 출원인 국적별 특허 출원 수(정량, 2위) 등이 지표상 과학인프라 2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민간 분야의 과학인프라가 지표와 수치상 양적 팽창한 점이 두드러진다. 올해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간한 「2019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기업은 국내 총 연구개발비 중 80% 이상을 사용했다. 하지만 기업체의 박사급 연구원들은 대학, 공공연구기관이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은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의 20% 미만을 사용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인프라’라고 할 때 과학과 인프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볼 때다. 

 

올해 지표상 과학인프라 부문 1위는 전년과 같이 미국이었다. 미국에 이어 한국, 스위스, 독일, 이스라엘, 대만이 상위에 올랐다. IMD는 총 64개 나라에 대해 평가했다. 과학인프라 조사의 전체 지표는 22개였다. 정량지표 15개, 설문지표 3개, 보조지표 4개였다. 여기엔 과학기술분야 졸업자 수(정량, 10위)가 신규로 포함됐다. 순위 결정에서 보조지표는 참고용으로만 쓰인다. 보고서는 “연구개발투자, 특허수, 첨단산업의 부가가치 비중 등이 지속적으로 높은 순위를 유지 중”이라며 “전년대비 지표 순위의 변화를 보면, 총 22개 지표 중 5개 지표의 순위가 상승하였고, 하락한 지표는 1개에 불과하여 전반적으로 성과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021 IMD 세계경쟁력 분석」(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총 22개 지표 중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지적 재산권의 보호정도(설문, 36위)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설문, 30위) △노벨상 수상(보조, 29위) △인구 백만명당 노벨상 수상(정량, 29위) △산학간의 지식 전달정도(설문, 25위) 등이었다.  

보고서는 “과학인프라는 R&D투자, 인력, 특허, 첨단기술산업 등 노벨상 관련 지표를 제외한 모든 정량지표가 10위권으로 기존의 강점이 잘 유지되고 있으나, 설문조사 항목의 순위는 25위 이하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과학인프라 지표 현황. 출처=「2021 IMD 세계경쟁력 분석」

반면,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1단계 하락한 17위를 기록했다. 인프라 분야는 기본(18위), 기술(17위), 과학 및 인적자원이 기업의 요구와 만나는 정도다. 보고서는 “기본인프라, 보건 및 환경(30위)은 소폭 상승했으나 기술인프라와 교육(30위) 부문의 하락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기술인프라는 지난해에 비해 4단계 하락한 17위를 기록했다. 전체 지표는 18개로서 정량지표 11개, 설문지표 7개다. 크게 하락한 분야는 △디지털 기술의 사용 용이성(설문, 33위)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정도(설문, 37위) △공공 및 민간부문의 벤처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정도(설문, 38위) △인구 천명당 컴퓨터 수(정량, 26위) △평균 인터넷 대역폭 속도(정량, 12위) 등이다.    

기업 주도형 과학인프라, 대학은 여전히 부족

한편, IMD는 경제운용성, 정부행정효율, 기업경영효율, 인프라 4개 부문과 하위 20개 항목에 대해 334개 지표로 국가경쟁력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23위를 기록했다. 

인프라 종합 순위는 1단계 하락한 17위

「2019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이하 조사보고서)는 전국의 공공연구기관, 대학, 의료기관, 기업체 6만3천688 군데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2019년도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는 89조471억 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4.64%로 이스라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재원별 연구개발비 중 민간재원의 비중은 76.9%(68조5천216억 원)로 2018년도에 비해 4.3%(2조8천188억 원)가 늘었다.  우리나라 2019년 매출액 상위 5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7.34%로 전년 대비 0.1% 늘었다. 정부·공공재원은 21.4%(19조955억 원)이다. 

특히 연구개발비 사용 주체를 살펴보면 민간 분야 R&D 비중이 더 높아진다. 정부·공공재원이라도 민간 연구개발에 쓰일 수 있다. 국내 기업체가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전체의 80.3%(71조5천67억 원)를 차지한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 공공연구기관은 11.4%(10조1천688억 원), 대학은 8.3%(7조3천716억 원)이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중 기업체가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한국이 가장 높았다. 반면, 대학에서 사용한 연구개발비 비율은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에 비해 낮았다. 

기업체에 종사하는 연구원은 72%(38만7천448명)이었다. 대학은 20.6%(11만619명), 공공연구기관은 7.4%(4만69명)를 차지했다. 연구수행주체·학위별 연구원 분포를 보면, 박사급 연구원의 57%(6만3천840명)가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기업체의 박사급 연구원은 7.1%(2만7천564명)이다. 조사보고서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은 연구원 중 박사, 석사, 학사 학위자 순으로 비율이 높았으나, 기업체는 학사 학위자가 가장 많았으며 박사 학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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