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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자꾸 서비스를 제공...학생지도와 교육엔 관심이 없다"
"대학이 자꾸 서비스를 제공...학생지도와 교육엔 관심이 없다"
  • 박강수
  • 승인 2021.07.01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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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1년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코로나시대, 대학생에게 듣다' 대학생 3명 발표 경청...MZ세대의 이해와 대학교육 발표도

코로나 학번 대학생, “좋은 시민 양성하는 교육 돼야”

비대면 전환 이후 오히려 강의 평가는 높아졌다

대학 내 교육지원처 신설해 교육체계 개혁해야

사진=대교협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1년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코로나시대, 대학생에게 듣다' 세션에 나선 김재홍 계명대 학생의 발표를 대학총장들이 듣고 있다. 사진=대교협

이번 대교협 총장세미나의 테마는 ‘학생과 교육’이었다. ‘MZ세대’를 위한 비대면 교습법과 고등교육 강의 개선방안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고 직접 대학생들이 발표자로 나서 코로나 시대 대학생활에 대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대학총장 세미나에 학생이 발표자로 선 것은 처음이다. 김인철 대교협 회장은 “대학은 우선적으로 학생 교육에 전념할 책임이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획의 취지를 설명했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낸 학생들은 각자의 분투기를 들려줬다. 부산대 사범대 2학년으로 새내기 시절을 전부 팬데믹 아래서 보낸 ‘코로나 학번’ 정민지씨는 “줌(ZOOM) 수업에서 소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선생님에게 아침 인사를 하거나 질문 있냐는 말에 응답하는 학생은 드물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상호소통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대학 교육의 목적인 좋은 시민, 좋은 학자 양성을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대교협
부산대 사범대 2학년 정민지. 사진=대교협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4학년인 김재홍씨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양극화’를 말했다. 비대면 학습이 보편화되면서 늘어난 시간을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온라인 반복 학습에 활용해 기회를 살린 학생과 편하고 지루한 비대면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으로 갈렸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 자신이 직접 프로젝트를 설정∙수행해 평가 받는 학기제를 개설해 달라”고 대학총장들에게 요청했다.

사진=대교협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4학년인 김재홍. 사진=대교협

실제 코로나시대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를 좋아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MZ세대의 이해와 대학교육’ 발표를 맡은 홍효정 한국해양대 교수(교양교육부)는 “많은 선생님들이 지난해 강의평가가 떨어질 거라고 우려했지만 많은 경우 오프라인 강의 때보다 온라인에서 강의 평가가 올라갔다”며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메리트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로 가야 한다. 디지털리터러시 역량과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토론과 프로젝트 연구를 활성화한 온라인 수업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대교협
홍효정 한국해양대 교수(교양교육부). 사진=대교협

한편에서는 교육에 대한 본질적 우려가 제기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교육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한 박인우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원격 수업은) 학생도 교수도 좋아하지만 교육이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금단의 열매’ 맛을 봤다. 돌아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는 교육학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교육∙학습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이에 맞춰 교육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행 시스템은 출석과 성적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출석인증제인데 이를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기능과 지식을 평가하는 역량인증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에꼴42(Ecole42)이라는 학교는 프로젝트만 한다. 출석과 관계 없이 프로젝트만 수행하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인증이 되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역량과 교육목표에 대한 대학들의 자체 규정이 추상적이고 자의적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대교협
박인우 고려대 교수(교육학과). 사진=대교협

박 교수는 “졸업 기준 이수학점은 왜 130인지, 학생들은 일주일에 왜 18학점을 듣는지, 교수들 책임시수는 왜 9시수인지 기준이 없다”며 대학의 교육 체계에 명확한 철학과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또 박 교수는 강의평가 문제를 거론하며 “(현행 평가는) 수업의 질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평가다. 교수나 수업이 아니라 학생 본인이 (수업을 통해) 얼마나 고생하고 배웠는지를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이 교육 서비스가 아니라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그 외에도 △교과목 이수 로드맵 수립 △학생-교수-교육과정-졸업을 다 묶어놓은 학과 해체 △대학 내 교육처 혹은 교육지원처 신설 등 고등교육 개혁 방안을 주문했다. 그는 “대학들이 자꾸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생 지도와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연구지원처나 교무처는 있는데 교육처는 없다. 그러니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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