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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 "대학 무상교육, 대학체계·지역불균형 해결 위한 방안"
교수노조, "대학 무상교육, 대학체계·지역불균형 해결 위한 방안"
  • 정민기
  • 승인 2021.06.30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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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무상교육과 고등교육 대개혁 토론회'
교수노조-유기홍·박찬대·강민정 국회의원 공동주최

"이제 고등교육은 기본권이 돼야" ... "대학 무상교육은 부실대학과 비리사학 정리 전제돼야"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들이 대학교육의 공공성에 공감할지 의심"
사진=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스크린샷
사진=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스크린샷

대학 무상교육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이 주도한 이번 토론회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박찬대 국회교육위 간사, 강민정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교육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대학교육연구소의 대표자가 참여했다.

교수노조는 교육 불평등과 대학교육체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불균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교육 대개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 무상교육’은 이를 위한 가장 중심적인 대책안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여러 번 강조한 사안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이다. 대학진학률이 매우 높은 현 상황에서 대학교육도 초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무상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국민들이 대학 교육의 공공성에 공감할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립대학이 많은 현실과 사학비리, 재정운영의 불투명성 등 대학을 향한 우려와 불신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대학 무상교육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설득할지가 관건으로 해석된다.

유기홍 교육위원장, “한국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대학 무상교육은 부실대학과 비리사학 정리 전제돼야"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토론회 축사를 했다. 유 교육위원장은 “중학교 무상교육에서 고등학교 완전 무상교육까지 오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이제는 대학 교육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유 교육위원장에 따르면 2019년에 한국 대학의 전세계 경쟁력은 55위로 떨어졌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유 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OECD 평균의 절반 밖에 안 된다”며 현 체제를 비판했다.

“이제 한국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학은 일종의 보편 교육이라고 봐야 한다.” 유 위원장은 무상교육은 교육받을 권리, 즉 교육의 기본권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위원장은 대학 무상교육을 위해서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부실 대학과 비리 사학을 정리하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이것은 대학 구성원들이 결단을 내려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 “고등교육은 사치재가 아니라 기본권”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 무상교육이 추구하는 목표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간주함으로써 공급을 시장의 가격메커니즘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는 것 △고등교육을 사치재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것 △소득계층 간 불공정한 교육기회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학벌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하나를 제거하는 것.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대학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못가거나 2년제 대학, 국공립대를 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학벌 사회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등록금을 올려서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접근을 차단하며 대학 서열화를 굳혀가는 그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대학 무상교육은 한국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학 무상교육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을 사치재가 아니라 기본권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대학이 돈 많은 사람이 가서 필요한 수업도 듣고 친구도 사귀면서 사회로 나가는 문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대학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대학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위원장은 UN의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세계인권선언,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교육기본법을 예시로 들며 “고등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평등한 교육을 위해 무상교육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학벌 사회의 장벽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4인 가구 월평균 중위소득은 487만 원인데 만약 자녀 두 명이 사립대에 다닐 경우 3개월 소득을 학비로 내야 하는 꼴”이라며 “등록금 장벽에 대학 교육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생긴다”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제 학벌 사회를 끝장내야 한다”며 “기득권층의 마지막 저항을 제압하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특혜와 불평등과 불공정을 몰아내고 민주평등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대학등록금을 없애고 대학서열을 해체해 학벌 사회가 아닌 정상사회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학벌 사회 해결의 핵심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의 초중등교육 정상화 관점에서 고등교육 개혁과 대학 무상교육을 살폈다.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고등교육의 영향 아래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인 대학서열과 세밀한 순위를 산출하는 국가 수준 입학시험, 그리고 학벌과 학력에 의한 사회차별이 초중등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 입시제도를 바꾸자는 것이 전 위원장이 제시한 해결책이다. “과열된 경쟁을 해소하고,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전 위원장은 제언했다.

전 위원장은 “학벌 사회와 서열화된 대학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키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많은 방법이 있지만, 대학 교육 무상화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양한 관점의 토론 참여도 이어져

이어 토론 시간에는 학생, 학부모, 교수, 교육부 등의 대표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학생 대표로 참석한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2021년 국가장학금 관련 예산이 644억원 감소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또한, “대학 무상화를 위해 예산지원이 증대되면 대학들의 재정 투명성을 더욱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정원 교수노조 위원장의 「대학 무상교육의 사회적 효과와 대학체계 개혁의 과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박 위원장은 고등교육은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를 해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수석부위원장는 “최저임금 1만원에도 실패한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승인할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고등교육의 공공화...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

또한 이 수석부위원장은 “무상교육을 시행하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대학 서열화가 해체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오히려 더 시급한 것은 고졸과 대졸의 임금 격차와 삶의 질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무상교육이 되더라도 능력주의 사회에서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전문대로 갈 것이고 저소득직에 종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대학 무상교육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교육이 되더라도 어차피 공짜이기 때문에 취업이 잘 되는 수도권 대학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무상 대학 교육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이 공공재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것인지다”라며 대학 무상교육이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잘 설득할 것인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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