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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하) 동물생태계
<외래종> (하) 동물생태계
  • 교수신문
  • 승인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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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0 09:02:11
“한 마리에 오백원요 오백원!, 성체는 천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저수지에 퍼져 토착 물고기와 개구리를 마구 잡아먹는 황소개구리 섬멸작전을 구사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내세운 대 주민 인센티브 구호다. “황소개구리가 얼마나 맛있는 지 모르셨죠? 자 아-. 맛만이 아니라니까요. 질긴 가죽으로 허리띠도 만들 수 있어요. 보세요. 손지갑도 있다구요!” 대형 천막과 현수막으로 장식한 떠들썩한 현장에서 바삐 돌던 방송 카메라가 물러서고, 한 말씀 마친 고관대작과 동원된 공무원들이 횡하고 떠나자 이내 시들해지는 이벤트. 가마니 가득 잡은 황소개구리의 수매자금이 동나자 철 지난 해수욕장처럼 썰렁해진 그 지역의 황소개구리는 지금 이 시간,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1960년에서 1970년대, 단백질 공급 명분으로 수입하기 시작한 외래동물은 황소개구리로 그치지 않는다. 내수면에 방류한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백연어, 초어, 흑연, 은연어, 무지개숭어, 파랑볼우럭, 큰입우럭, 틸라피아가 그렇고 양식용으로 도입한 미국산 찬넬메기도 우리 산천에 퍼진 지 오래다. 흔히 배쓰와 부루길이라 부르는 큰입우럭과 파랑볼우럭, 그리고 황소개구리에 놀란 당국은 더 이상의 외래종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겠지만 이미 문제는 고착화되고 말았다. 특별예산 퍼부어 떠들썩한 이벤트를 재탕하지만 해결이 난망인 것이다.
선박이나 수입곡물 원목에 묻어 무역 부산물로 부주의하게 들어오는 사례는 논외로 치더라도 최근 문제가 불거지는 외래종 중 고의적인 경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녹색이구아나와 같이 우리 생태계에 적응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측하는 애완동물의 종류도 부쩍 늘었지만, 아이들 등쌀로 집에서 잘 기르다가 징그러워질 정도로 커버리자 방생인 양 하천이나 연못에 슬쩍 풀어놓는 붉은귀거북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두꺼비가 황소개구리의 천적일까. 그렇지 않다. 두꺼비 피부 독성에 내성이 없는 황소개구리가 두꺼비 번식지에 철모르고 들어갔다가 호되게 당했을 뿐이다. 현상금 높은 인센티브로 퇴치 가능할까. 두꺼비가 웃겠다. 가공 산업으로 유혹하면? 자칫 불법 양식이 성행할까 겁난다. 우리 생태계에 정착한 이상 인위적 조절은 어렵다. 생태 질서에 맡겨야 쉽다. 고유의 생태계를 복원하여 외래종의 서식환경을 축소시키고 기존 생태계를 보전하여야 한다.
황소개구리가 없었던 이 땅에 천적은 따로 없었지만 궁하면 통하는 것일까, 백로 왜가리들이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생태적으로 조절해주고 있다고 한다. 천만다행이긴 한데, 최근 출몰하는 백로와 왜가리의 천적이 걱정이다. 파출소 영치 하한선으로 구경 개조한 공기총 부대의 극성으로 사람만 보면 날아오르기 바쁘기 때문이다. 외래동물 퇴치에 앞서 우리네 마음속에 잠자고 있을 조상의 생태사상을 깨우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 연구소ㆍ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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