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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법정 구속 이른 한동대 사태
총장 법정 구속 이른 한동대 사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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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9 17:40:11
현직 대학 총장이 법정구속 된 한동대 사태에 대학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합의부(유철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공금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영길 한동대 총장과 오성연 행정부총장에 대해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법인이 시설공사를 하면서 교비로 50여억원을 지불하고, 교육부 장관의 허가 없이 1백여억원을 차입하였으며, 교육개혁 우수대학 재정 지원금을 직원의 인건비로 지불한 것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의로 법정을 기피하고, 해외 도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많은 대학들이 분규를 겪고, 법정 공방까지 가는 사례들은 있었으나 총장이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동대 측은 총장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관련법률을 엄격하게 적용, 포항지역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대 사태 전개과정

지역시민단체와 한동대는 지난 1995년부터 설립이념과 대학운영방식을 놓고 갈등과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한동대는 포항 지역에 4년제 종합대학이 필요하다는 시민들과 지역인사들의 제안에 송태헌 초대 이사장(유봉산업 대표)이 사재 3백20억원을 내놓아 설립이 추진됐다. 이과정에서 개교를 앞두고 1994년 6월 유봉산업내 폐기물 매립장 둑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 법인의 재정지원이 어렵게 돼자 송 전이사장은 이듬해 포항선린병원의 김종원 이사장에게 대학을 맡기고 물러났다. 그러나 병원통합이 법적인 문제로 유보되자 하용조 목사(온누리 교회)가 대신 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포항지역 시민단체와 송 전이사장은 “대학이 특정종교인 양성대학으로 변질됐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대학측은 “설립당시부터 기독교 대학에 기초하고 있었으며 대학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응수, 갈등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익법인도 없는 상태로 신설 대학을 운영해 오면서 발생한 재정악화가 결국 한동대 측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김 총장의 법정 구속으로 법원은 일단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학측은 재판부의 판결 결과에 반발하며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도 한동대 사태는 법정공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입장

포항지역사회연구소, 포항경실련,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한동대 우리대학 만들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한동대가 포항시민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민연대는 “김 총장이 대학을 운영하면서 법정판결을 앞두고 에이즈 특효약, 항암제인 천지산, 인공석유 등을 개발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 사회여론을 호도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김 총장의 자진 사퇴, △관선이사 파견, △특정 종파가 아닌 보편적 기독교대학으로 회복 △지역에 기반한 대학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측 입장

김 총장이 법정구속 되자 한동대는 곧 바로 학교 홈페이지(www.handong.edu)에 김 총장 관련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동대 측은 “재판부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즉각적으로 항소할 뜻을 표시했다. 또한 “정상적으로 학사운영을 할 것이며, 기독교적 정체성을 위협하려는 어떠한 도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대는 지방의 신생대학이면서도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고, 교육부 평가에서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으며, 김 총장이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 공금을 횡령한 것도 없는 상태에서 구속한 것은 한동대를 음해 하려는 시민단체의 의도를 받아들인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동대 연혁과 사태 주요일지

1991. 12. 한동대학 설립본부 발족(박태준 당시 민정당 최고위원, 김호길 포항공대 학장, 송태헌 태봉산업 회장 등)
1994. 9. 현동학원 초대 이사장 송태헌씨 취임
1995. 2. 초대 김영길 총장 취임(전 KAIST 재료공학과 교수)
3. 개교 및 입학식(10개학과 4백명)
6. 송 이사장 선린병원 김종원 이사장을 현동학원 2대 이사장으로 추대
11.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현동학원 2대 이사장 취임
1996. 3. 한동대 정상화 추진위 구성
7. 송 전 이사장 재단반환 소송
8. 이영덕(전 국무총리) 현동학원 3대 이사장 취임
1999. 11. 교육부 특별감사
2000. 2. 한동대 정상화 추진위 김 총장 고소(국고보조금 불법유용 및 사립학교법 위반)
2. 김영길 총장 연임
2001. 5. 김영길 총장, 오성연 행정부총장 법정구속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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