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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 시행 4년째 득보다 실
학부제, 시행 4년째 득보다 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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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9 17:39:51
학부제를 시행하면서 학내 구성원들간에 쌓였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보장하고 학문간의 벽을 낮춘다는 취지로 1998년부터 도입된 학부제가 시행 4년째를 맞는 현재 대학에서는 학사운영의 혼란과 교육부실, 기초학문의 위기로 나타나고, 급기야는 일부 학과들이 없어지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원자수 감소로 학사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남대는 최근 상업교육과와 미술교육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방적인 폐과 결정에 반발한 학생들은 지난 3일부터 총장실을 점거했다. 학생들은 학과 구조조정의 중단과 학과 통·폐합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학부제 도입이후 지원학생이 없어 내년부터 철학전공을 폐지하기로 한 호서대에서도 학생들이 지난 8일부터 나흘동안 대학본관건물을 점거한 채 폐과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바 있다. 연세대에서도 지난 4월 등록금인상과 전공선택권 보장을 요구하며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한바 있다. 당시 학생들은 “획일적인 상대평가와 경쟁논리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광역학부제를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학과폐지로 이어지고 있는 학부제에 대해 최근에는 교수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국립대 발전계획과 관련 목포대가 6개 단과대를 폐지하고 12개 학부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자, 인문대 학장 등 5개 단과대 학장들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단과대 폐지와 학부제 전면실시는 무모한 발상으로 학교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최근에 실시된 설문조사들에서도 학부제는 낙제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의장 고윤정 부산대 신문사 편집국장)이 지난달까지 전국의 대학생 8백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정부교육정책 중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모집단위광역화와 학부제’(31.3%)를 꼽았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곽병선)이 지난해 전국 대학교수 4백22명과 대학생 1천8백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교수의 70.6%, 학생의 88.7%가 “학부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응답해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바 있다.

학부제로 일부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에 대해 교수 42.9%가 “매우 심각하게 일부 전공에 치우친다”, 43.9%가 “일부 전공에 치우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학부제로 인한 문제점이 불거지다보니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를 없애거나 아예 학과로 회귀하는 대학도 있다.

최근 중앙대는 학부제 도입이후 계열로 모집하던 독어독문, 불어불문, 노어노문, 중어학, 일어학 전공을 학과로 분리하는 계획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공청회를 개최한 결과 학부제의 부작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언어상의 연계성도 없는 상태에서 계열화 모집이 학생들에게 혼란만 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도입된 학부제는 학생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으며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위협하고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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