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20 (화)
필리핀: 한인 이주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정체성
필리핀: 한인 이주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정체성
  • 이지원
  • 승인 2021.06.25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엽 지음 | 눌민 | 340쪽

 

필리핀으로 이주한 17인의 생애사 인터뷰를 통해

한인 사회를 새롭게 조명한 필리핀 한인 이주사! 

 

이주민들의 생애를 통해 본 필리핀 이주의 역사 

동남아에 정착해 사는 이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녹취한 자료를 이주와 정착, 한인 사회 관계, 현지인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 미래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정리한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 1 필리핀: 한인 이주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정체성』은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필리핀국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7년 간 꾸준히 필리핀과 관련된 공부와 강의를 해왔던 김동엽 교수가 필리핀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의 해외 이주민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외로 이주한 한인들이 정착해가는 과정을 살펴본 이 책을 통해 필리핀 한인들의 다양한 삶뿐만 아니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리핀에 정착해 사는 한인 17인의 진솔한 삶과 이야기 

이 책에는 필리핀으로 이주한 열일곱 분에 대한 이주와 정착에 관한 인터뷰가 실렸다. 이 인터뷰에는 어떤 자료에서도 얻을 수 없는 한인 이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증언이 담겨 있다. 또한 생애사 분석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사회적, 역사적인 기억으로 확장했다. 이는 개인의 사회적 위치성과 관련해서 주체로서의 개인이 삶을 주도적으로 조직해내는 행위성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유학 중 필리핀 사람과 결혼해 필리핀으로 온 김현숙 씨, 휴식차 필리핀에 왔다가 필리핀 아내를 만나면서 정착하게 된 손범식 씨,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이주해온 이주 1.5세대인 최일영 씨,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생활하다 필리핀으로 이주해온 김인일 씨,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결혼 후 필리핀으로 이주해온 강동석 씨, 사업 부도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연히 필리핀에 오게 된 정민재 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필리핀에 정착한 이들인 만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필리핀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이주와 정착에 관한 이론을 새롭게 조명 

필리핀 이주민의 특수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도 귀화라는 방법 이외에 법적으로 시민권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필리핀 한인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체류한다는 점이다. 필리핀의 한인들은 대다수가 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영주권이나 장기체류 자격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도 필리핀인도 아닌 ‘국제인’으로서, 데이비드 허다트가 말한 혼종적 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

어학연수, 조기유학, 해외관광, 해외투자 등 다양한 명목으로 최근 17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필리핀을 방문하였으며, 이들이 필리핀 현지에 머무르면서 필요한 숙박, 여행, 음식, 유흥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 한인 사회의 주요 수입원이 되어왔다. 그러나 필리핀의 자국민우선정책은 외국인의 필리핀 재산권과 사업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적인 한계로 인해 많은 필리핀 한인이 불법이나 편법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리핀과 직접 교류하는 한국인, 특히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역할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인들이 필리핀 사회에 잘 융합되어 살아가는 것은 양 국가 간의 우호적 관계를 증진해나가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리핀 한인 사회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한인들을 조직하고, 불의의 사건·사고로부터 한인을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필리핀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대사관과 한인회 조직을 중심으로 원활한 소통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필리핀 이주 한인들 간의 신뢰를 쌓고 더욱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 사회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

아세안ASEAN으로 대변되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한국에 무역 규모로는 중국에 이어 2위, 투자처로는 미국에 이어 2위, 해외 건설 공사처로는 1위, 노동인력 교류처로는 중국에 이어 2위, 관광지로는 1위, 그리고 한류 파급력으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급속한 교류 확대는 단기 방문을 넘어 동남아시아 현지에 장기 거주하는 한인의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 이주와 정착 형태도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해 기존 주류 이주국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필리핀의 한인 이주와 정착에 관한 연구는 해외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기존의 이주와 정착에 관한 이론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