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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장소: 마음으로 바라보는 평화여행
기억과 장소: 마음으로 바라보는 평화여행
  • 김재호
  • 승인 2021.06.2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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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인문학연구단 기획, 지음 | 씽크스마트 | 376쪽

모든 한국인들에게 남겨진 역사적 트라우마, 그 흔적을 돌아보는 우리만의 다크 투어리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의 근현대사를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역시 식민과 분단이 아닐까. 그러나 어느덧 남북 각각에 정부가 수립된 지 70여 년이나 흘렀다. 지금 남한과 북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식민과 분단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아닌,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식민과 분단은 익숙하거나 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학교에서 배운, 어디까지나 ‘과거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70년이란 시간은 그저 흘러가기만 한 것이 아니다. 특정 장소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은 그 장소의 정체성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잊힌 것처럼 보였던 기억들은 그때 있었던 일들을 고스란히 품은 장소 속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강원도에서 일어났던 고지전으로 인해 붙여진 ‘펀치볼(Punch Bowl)’이란 명칭이 그렇듯이, 광주 전일빌딩에 남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행해졌던 헬기 사격의 탄흔이 그렇듯이, 제주 섯알오름 학살터에서 비로소 발굴된 132구의 시신들이 그렇듯이. 

『기억과 장소』를 기획한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이러한 장소의 특수성과 연관지어 다시금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가졌다. 그 결과 흔적 없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각 장소에 녹아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을 한 권의 책을 엮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기억과 장소>이다. 『기억과 장소』는 그 70여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 안에 있는 기억을 외면하는 대신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억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다크 투어리즘이 단순 역사기행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기행이 될 수 있도록.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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