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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미충원 빌미로 폐과 · 휴직·사직 종용
학생 미충원 빌미로 폐과 · 휴직·사직 종용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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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② 교수 퇴출 시대 - ‘신분변동 동의 각서’ 등장

▲대학들이 학과 폐지 등의 방법을 통해 교수들을 대학밖으로 내몰고 있다. 학생 충원율이 55%가 되지 못하면 폐과시킨다는 데에 서명하라는 동의서도 등장했다. (문서 1 참조.) 지방의 ㄷ대학은 학생충원율이 50% 미만일 경우 학과를 미개설한다는 지침을 마련해 최근 공시했다. (문서 2 참조.)

대학구조개혁을 이유로 교수들에게 휴직원 제출을 강권하거나, 학생충원을 못하면 폐과 뿐 아니라 어떠한 신분 변동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동의서’가 대학가에 등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우려하던 ‘교수 신분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남대는 지난 13일 교수 30여명을 대상으로 1년 휴직원을 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학계열과 의학지원 및 보건위생학계열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교수 가운데 25%에 달하는 교수들이 휴직한 셈이다. 

더구나 서남대는 “이들 교수들이 ‘국내 연수 명목’으로 휴직하기 때문에 1년간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서남대는 휴직 기간동안 본봉 50%의 월급 지급을 약정했지만 이마저도 곧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측은 휴직자를 선정한 기준으로 교수들에게 △신입생 모집 실적이 저조한 자 △‘박사학위 미취득자’ △연구실적이 부족한 자 등을 제시한 상태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휴직 교수들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객관적이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서명했다”라면서 대학측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 다른 교수는 “1년간 휴직이지만 학교가 1년 후에 어떤 핑계거리를 찾을지 알 수 없고 학과도 폐과될 수 있어, 과연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서남대 관계자는 “학생 모집도 어렵고, 휴직기간 동안 학위를 취득하라는 의미로 그간 허용하지 않았던 연수를 활성화시킨 것 뿐이다”라면서 “휴직을 강요했다는 표현은 삼가달라”라고 말했다.

서남대는 지난 2004년 신입생 등록률이 20.9%, 2003년에 24.4%에 불과해 등 그간 학생모집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전임교원확보율은 2004년에 편제정원을 기준으로 할 때  41.8%였지만, 재학생을 기준으로 할 때는 118.7%의 비율을 보였다.

또 다르게, 경북 칠곡에 소재한 경북과학대학은 최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을 이유로 들어 전체 교원에게 폐과 및 신분변동 동의서를 쓰게 해 물의를 빚고 있었다.

경북과학대학이 제안한 동의서에는 “본인은 2005학년도 입시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요구하는 학생 충원율 55%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학과 폐과 뿐 아니라 어떠한 신분 변동이라도 받아들이겠음을 이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학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에 언급되지도 않은 ‘학생충원율’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 대학측이 제시한 ‘2005 대학 구조개혁에 따른 회의’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 :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서 나타난 학생 충원율 55%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는 학과 폐과를 받아들이겠다”라는 내용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실제로 교육부 방안에서 ‘학생충원율’을 언급한 부분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최근 불합리한 학교 행정으로 인해 교수협의회가 결성됐고, 이를 중심으로 이의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북과학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도 발표된 시점이라 학생모집을 55%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결의하자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계획했는데, 현재로서는 중단된 상태”라면서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에 따라 추진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유사하게 지방의 ㄷ대학에서는 신입생충원율이 50% 미만인 경우 해당 학년도에 학과를 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방침과 기준을 공시해, 해당 대학을 비롯 인근 대학에 이르기까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대학의 ‘2005년 학과 구조조정 시행 방침’과 ‘2006학년도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기준’에는 △신입생 충원율 50% 미만인 경우 학과 불개설 및 익년도 폐과처리 △ 불개설 학과 소속 교수의 타 학과 이동 불허용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교수들은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같은 대학측의 조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

강원도 소재 ㄱ대학의 한 교수는 “상당수의 대학들이 자체 내규를 둠에 따라 교수들이 학과 폐지에 따른 신분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라면서 “우리 대학은 지난 해 학과별로 자체적으로 학생충원 달성 기준을 제출하라고 해서 재단에 보고했는데, 이번 입시에 실패할 경우 학과가 폐과될 수도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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