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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윤리학에서 동물정치학으로"
"동물윤리학에서 동물정치학으로"
  • 김재호
  • 승인 2021.06.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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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색_『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앨러스데어 코크런 지음 | 박진영, 오창룡 옮김 | 창비 | 164쪽

그동안 동물윤리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연구된 경향이 있다. 피터싱어의 역작 『동물해방』(1975)은 동물의 쾌고감수능력에 기반 해 ‘이익에 대한 동등(혹은 평등)한 고려’를 주장했다. 동물도 고통을 느끼기에 고통을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동물연구나 축산업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앨러스데어 코크런 영국 셰필드대 교수(정치·국제관계학과)는 ‘동물윤리학에서 동물정치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크런 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모든 지각 있는 동물은 내재적 가치를 소유하며 그들 본연의 가치를 존중받아야 할 기본 권리가 있다.”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동물복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동물복지법을 헌법조항과 결부시키자는 것이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물 자체에 대한 정치적 권리, 더 나아가 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인간의 권리도 제대로 지키기가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동물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코크런 교수는 “동물은 비인간 외계 영토의 ‘저쪽’에 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 행사가 불가피한 다종 공동체 안에 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간이 정치적 동물인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 역시 인간의 세계에서 공존하기에 정치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 아직은 “지각 있는” 동물들에 한해서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은 ‘과연 동물이 정치와 분리되어야만 하는가’이다. 2016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3차 보증법원은 감금돼 있던 침팬지 ‘세실리아’를 야생으로 보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동물권 전문 변호사 협회에서 세실리아를 대신해 인신보호영장을 신청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와 반대되는 판결은 더 많다. 이에 크크런 교수는 동물의 법적 인격 부여에 대해 기존 판결을 반박하며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유아나 중증장애인이 법적 의무를 질 수 있는 잠재력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 내재적 가치로 존중받는 것처럼 말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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