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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이유
유명 연예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이유
  • 유무수
  • 승인 2021.06.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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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고전 종교심리학 운동 연구』 김재영 지음 | 아카넷 | 432쪽

이 책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북미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발생한 종교심리학 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북미의 종교심리학은 특정 종교의 교리나 형이상학적 신학이 아니라 종교를 매개하고 있는 사람의 ‘경험’에 집중하면서 사람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였다. 

종교심리학의 범주 안에서 ‘경험’을 핵심 키워드로 볼 수 있는 윌리엄 제임스는 종교적 경험의 다양한 유형을 현상학적으로 관찰했고, 그 경험 이후의 사회적 상황에서 바람직한 ‘열매’의 유무로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발달’의 관점에서 종교적 경험을 연구한 그랜빌 스탠리 홀은 어린 아이의 몸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성장하듯, 영혼도 완전한 형태를 갖출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성장한다고 보았다. 그는 종교심리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종교교육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비교’의 관점에서 연구한 제임스 프랫은 다양한 (종교적) 회심들을 비교분석하였다. 프랫은 종교적 의식 연구를 위해 그 의식이 모아져 있는 삶의 소리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인간은 절망과 소망, 불신과 신뢰, 신념과 불신 등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종교적 의례를 통해 평정의 리듬을 찾을 수 있다. 에드윈 딜러 스타벅은 부흥집회에서 회심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회심’을 연구했고, 연구의 최종목표는 교육현장에서 종교교육과 인격교육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자연주의’의 원칙을 중시한 제임스 앙리 류바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종교가 삶을 윤택하게 할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류바는 종교심리학이 종교인들의 사실적 경험에 초점을 둘 때 종교와 과학의 연결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초월적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심화될수록 그것은 자연적 세계의 일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분명해진다고 보았다. 조지 앨버트 코는 ‘사회’적 맥락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안하면서 종교심리학은 종교교육학의 토대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종교적 경험을 포함한 모든 개인적 경험은 경험자가 처한 환경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주체들과의 상호관계 안에서 산출되는 공동체적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유명한 여자 연예인의 집이 TV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강을 접하고 있어서 마당을 통해 걸어 나가면 보트를 탈 수 있는 대저택이었다. 그 집을 방문한 다른 연예인들은 그 넉넉한 여유로움을 부러워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녀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내용으로 강연을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약 두 배인 800킬로미터의 길을 걷는 순례의 과정은 뭔가를 채우고자 했던 일상에서 그 뭔가를 비워보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몸은 고단했지만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의미와 보람이 있는 순례였다고 증언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현대는 과학의 발달과 함께 생활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제도권 종교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다. 종교는 무가치한가? 인간이 더 많이 생산하여 더 많이 가지기만 하면 더 만족할 수 있는 존재라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일 뿐이다. 그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길이다. 그런데 이 불편한 길에서 뿌듯함이 생길 수 있다. 순전히 새로운 의미 덕분이다. 

고전 종교심리학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종교적 경험에 접속할 수 있는 속성을 지녔다. 인간은 초월적 차원의 의미를 추구하는 영적 존재이다. 저 유명한 연예인은 화려한 환경 속에서 해소되지 않는 기갈이 있었다. 그래서 깊은 자기성찰의 상징이 담긴 순례길을 걸었다. 여행은 산티아고 대성당의 예배로 마침표를 찍는다. 그 여정에서 새로운 통찰이 발생했다. 종교적 의미는 주관적일지언정 체험자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이며, 그 의미가 통합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과학을 통한 편리 외에 바로 그 초월적인 의미가 필요한 존재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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