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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사상가, 역사 속에선 제국주의자
자유의 사상가, 역사 속에선 제국주의자
  • 김재호
  • 승인 2021.06.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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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내 친구 존 스튜어트 밀』 박홍규 지음 | 푸른들녘 | 264쪽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가족들 수혜 받아
나중엔 여성·노동자의 참정권 입법에 영향끼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자유론』(1859), 『공리주의』(1861), 『여성의 종속』(1869) 등 역작을 남긴 정치철학자이다. 그의 사상은 여전히 개인의 자유와 인권, 도덕의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다.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는 밀이 분명 자유의 사상가이긴 하지만, “엘리트주의자나 제국주의자로 볼 여지가 많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우선 밀에 대한 비판적인 지점 중 하나는 그가 근무했던 동인도회사로부터 비롯한다. 동인도회사는 1600년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기 위해 세운 국영 무역회사다. 이곳에서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1773∼1836)을 비롯해 밀과 다른 아들 두 명이 근무했다. 밀은 ‘아빠찬스’를 통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위직으로 여유롭게 일할 수 있었던 셈이다. 박 명예교수에 따르면, 밀은 동인도회사에서 35년간 일했다. 박 명예교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영국의 식민지배로 온 가족이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라며 “이들 가족의 동인도회사 근무는 아마도 역사상 가족 단위로 가장 많은 구성원이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기록일 것”이라고 적었다. 

19세기가 되면서 유럽은 식민지를 통해 경제적 침략에 열을 올렸다. 밀 역시 그러한 역사 속에 놓여 있었다. 밀은 아버지로부터 홈스쿨링으로 영재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식민사관을 갖고 있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문화를 저속하다고 간주한 것이다. 밀은 아버지의 영향 아래서 ‘자유론’을 펼쳤다. 여기서의 자유는 유럽인들에게만 해당한 것이었다. 박 명예교수는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자유는 인도와 아프리카, 아시아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즉 보편 인류를 위한 보편 자유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밀은 나중에 아버지를 비판하며 좀 더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주창한다. 그래서 박 명예교수는 밀은 ‘내 친구’라며 장단점을 두루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57년, 인도 최초의 독립운동(1857∼1858) ‘세포이 항쟁’이 발발한다. 이로인해 1858년 동인도회사가 없어지고, 밀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1865년, 밀은 웨스트민스터 선거구 구민들의 요청에 의해 하원의원이 됐다. 밀은 하원의원으로서 여성과 노동자의 참정권, 식민지 해방론을 주창했다. 밀의 사후인 1918년, 영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은 처음 인정됐다. 그나마 남자는 21살, 여자는 30살의 나이 차를 두었다. 동등해진 건 1928년이었다. 1867년엔 도시노동자의 정책 참여가 인정됐다. 밀의 역할은 선구적이고 진보적이었다. 

특히 밀은 『대의정부론』(1861)을 통해 국회의원의 사명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다. 첫째, 스스로 의원이 되지 말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추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 셋째, 입후보자들이 선거운동에 자신을 돈을 써선 안 된다. 국회의원이 부패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쓴 돈 때문이다. 넷째,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이해관계에 앞장서지 말라. 지금 들어도 현대의 정치체계에 유의미한 지점이 많다. 

존 스튜어트 밀 사진. 공리주의자이면서 자유론을 펼쳤던 밀은 여성과 노동자의 참정권을 주창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식민지 해방론은 급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박 명예교수에 따르면, 인도나 자메이카의 해방을 지지한 게 아니라 아일랜드의 독립을 원했던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캐나다에 대해선 “자유의 영역을 넓히고 선거권을 인정하는 등 제한적인 의미의 조치를 취했다”고 박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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