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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민속 속의 닭
[신년특집] 민속 속의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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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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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탄생을 알려주는 예언자, 닭

▲김명자 / 안동대 민속학 ©
을유년은 십이간지의 열 번째인 닭의 해다. 닭의 해는 계유(癸酉) ․ 을유(乙酉) ․ 정유(丁酉) ․ 기유(己酉) ․ 신유(辛酉) 등으로 순행하며, 시각으로는 유시(酉時)로 오후 5시에서 7시에 해당한다. 月로는 음력 8월, 방향으로는 서쪽이다.      

 

닭은 예부터 시간을 알려주는 서조(瑞鳥)로 여겨왔다. 예전에 새벽 시간은 닭 울음소리로, 날씨가 흐리거나 밤 시간은 닭이 횃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시간의 흐름을 파악했다. 5시-7시를 유시로 잡은 까닭은 닭이 횃대에 오르는 시간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   

 

닭은 또한 한 국가의 시조 탄생을 알려주는 예언자와 같은 존재였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조에는 왕이 계정(鷄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계림국(鷄林國)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날(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나던 날) 사양리 우물가에 계룡(鷄龍)이 나타나 왼쪽 갈비에서 동녀 하나를 탄생하니 자태와 얼굴이 유달리 고왔으나 입술이 닭의 부리같았다. 월성의 북천에 가서 목욕시키니 그 부리가 떨어졌다. 처음에 왕이 계정에서 태어난 까닭에 혹은 계림국이라 하니 계룡은 상서(祥瑞)를 나타낸 까닭이었다. 일설에는 탈해왕 대에 김알지를 얻을 때 닭이 숲 속에서 울었으므로, 국호를 고쳐 계림이라 하였다 한다.” 

 

김알지 탈해왕조에도 닭의 신이함이 드러난다.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의 탄생은 흰 닭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흰 닭은 하늘의 사자로 위인의 탄생을 알리는 신성한 존재였다. 이밖에도 ‘삼국유사’에는 닭의 신이성에 대하여 나타나며 고고학적 자료에도 닭이 중요한 부장품으로 나타난다. 천마총을 발굴했을 때 단지 안에 수십 개의 계란이 들어있었고 또 신라의 고분에서 닭뼈가 발견됐다. 이들 계란과 닭은 어쩌면 저 세상에서 먹을 식량일 수도 있고 또 알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이 재생과 부활이라는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밤 시간동안 나쁜 짓을 하던 악귀도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에 혼비백산한다. 그래서 닭은 정초에 방액을 위해 붙이는 세화(歲畵)에도 등장한다. ‘동국세시기’ 정월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닭 또는 호랑이의 그림을 정월 초하루 세화로 사용하여 잡귀를 쫒았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정월 초하루를 계일(鷄日)이라 하여 닭의 그림을 문 위에 걸어놓는 풍속이 있었다.  

 

닭그림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 자손번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은 서재에 닭의 그림을 걸었다. 닭의 벼슬을 관의 벼슬과 관련시킨 것이다. 또한 닭은 금실이 좋은 서조이기에 혼례의 초례상에 한 쌍이 오른다. 폐백례를 드릴 때에는 ‘닭고기’가 오른다. 백년손님인 사위가 처가에 오면 장모는 씨암탉을 고아 먹이며 시집간 딸을 사랑해 줄 것을 묵시적으로 부탁한다. 풍수에서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은 대단한 명당이다. 

 

닭이 문(文) ․ 무(武) ․ 용(勇) ․ 인(仁)) ․ 신(信)의 오덕(五德)을 갖추었다며 간신배들을 비꼰 고사는 오늘날에도 귀를 기울일만하다.  

 

“중국 노나라 애공(哀公) 때의 신하였던 전요(田饒)는 애공이 간신들의 무리에 놀아나서 국사를 그르치는 것을 보다 못해 자신의 자리를 내던지고 그 자리에 닭을 천거했다. 애공이 어찌 벼슬자리에 사람 대신 닭을 천거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전요는 대답했다. “닭은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이요, 다리에 발톱이 있으니 무요, 적 앞에서는 물러나지 않고 싸우니 용이요, 모이를 나눠 먹으니 인이요, 밤을 지키며 때를 어기지 않고 알리니 신이라. 그리하여 오덕을 두루 갖춘 닭을 천거하는 바입니다.” 라고 답했다.”  

 

을유년, 닭의 해가 계륵(鷄肋)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장닭이 새벽을 알리면서 힘차게 홰를 치듯, 세계적으로 힘 있는 나라가 되어 홰를 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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