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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미첼 시드니대 교수에게 듣는다
아드리안 미첼 시드니대 교수에게 듣는다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5.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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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호주의 문학경향

호주는 ‘단일국가정책’과 국제적 위상의 국가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왔다. 나아가 원주민과 이주민, 국가와 비국가, 식민과 탈식민이라는 이항대립 속에서 20세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등 끝에 21세기 대다수의 호주인들은 잠정적인 평정을 맞고있다고, 즉‘다민족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아드리안 미첼 시드니대 교수(영어영문학과)를 만났다.
지난 3일 중앙대 호주학 연구소(소장 정정호)가 ‘세계화시대의 현대호주문학'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호주독립1백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미첼 교수는 기조발제를 맡았다.


△유럽문학이론에 대한 강단의 태도는 어떠한가.
“크게 두 가지 경향이 존재한다. 두 대학으로 대별해서 보자면, 멜버른대학은 시드니대학보다 훨씬 더 이론에 치중하고 있다. 시드니대 영문과는 1960년대 커다란 논쟁을 겪었다. 한 그룹은 F. R. 리비스의 이론을 받아들였고, 다른 그룹은 문학에 대한 단일한 비평적 접근 자체를 반대했다. 이 전쟁에서 리비스 추종자는 멜버른 대학에 정착했고, 엄격한 이론적 토론에 근거한 학풍을 정착시켜나갔다. 그러므로 멜버른 대학은 영국적 전통이 강하다. 그러나 사실 지난 20년동안은 멜버른 대학에서 프랑스 이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문학 내부에는 어떤 갈등이 존재하는가.
“이 지점에서 호주문학은 캐나다나 인도 등과 차이를 보인다. 호주에는 작가와 문학을 연구하는 대학간에 뿌리깊은 불신이 있다. 일종의 단절과 같은 것이다. 호주의 작가들은 출신대학으로 자신을 정의하거나 대학과 관련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이는 어떤 면에서 작가들 스스로 문학이론에 비판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우리는 이론이 필요없다”고 하지만, 기실 그들은 이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은폐(closure)에 저항하는 것” 등의 포스트모던적 글쓰기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론을 모르는 척 할 뿐이다. 작가와 대학간의 단절, 아니 나아가 일종의 적의는 매우 오래됐다.”
△단일국가에 대한 강박, 탈식민을 일구려는 문학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1900년 직전 호주가 영국식민지였을 당시의 문학작품들은 영국을 모방하여 후기 빅토리아풍이 대부분이었는데, 알다시피 재미없고 지겹기까지 했다. 독립 이후에는 ‘단일국가정책(program of national unity)’에 힘입어 국가적 상징성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국가적이고 쇼비니즘적이며, 대외강경론적인 문학과, 다른 쪽은 의도적으로 국제적이고 코스모폴리탄적이었다. 이런 긴장은 197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당시 호주의 젊은이들은 반전운동을 하면서 미국인이 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의 시학, 시이론을 그대로 모방하려고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연적 반동으로 예전의 전통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당시 우연히도 1988년 이주민 정착 2백주년 기념의 해였다. 그래서 상당한 국가적 정서가 자라났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런 경향이 반복됐다. 이것이 내가 호주의 글쓰기에서 발견한 패턴이다.”
△지금 그 갈등은 어떤 방향으로 해소되었는가.
“지금은 흥미롭게도 그대로의 모습에 아주 만족하는 시기이다. 호주의 작가들은 비호주적인 것에 대해 쓴다. 호주인 작가로서 쓰기는 하지만 장소적인 제한을 넘어서고 있다. 유럽에 대한 글이 많은데, 프랑스 혁명기의 파리, 예술공동체로서의 파리, 그리스에서 아일랜드로 네덜란드 등지로 여행하는 사람들, 말레이시아 사람 할머니를 만나서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이야기 등. 호주의 독자들은 이 모든 것이 호주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호주는 더 이상 코알라, 캥거루 따위에 한정된 국가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호주는 전세계에 관심을 갖는 국가가 됐다.”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자의식은 호주가 영어를 쓰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제3세계’에 속해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호주문학에는 문화적·학문적 의미에서 미국과 유럽에 종속되어 있다는 의식, ‘식민지의 자의식’은 분명 내재해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그 자체로 매우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다양한 자아에 대한 감각이 생기고, 다른 목소리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를테면 ‘포스트모던적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이 한국과는 다른 점인데, 한국은 완고하고 집중된 문화를 갖고 있어 그렇게 되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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