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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연구소를 찾아서> ④ 전남대 호르몬연구센터
<선도연구소를 찾아서> ④ 전남대 호르몬연구센터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0.1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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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이용한 내분비연구 선도

 

술과 생식능력의 관계를 둘러싸고 속설이 무성하다. 그러나 과음이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과정을 생물학적으로 규명한 것은 전남대 호르몬연구센터(소장 권혁방) 생명과학부 교수의 생식내분비 연구부가 처음이다. 연구부를 이끄는 최완성 경상대 교수(의학)는 ‘신경전달물질이 생식내분비계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알콜 남용이 생식내분비 능력의 저하를 초래하는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밝혀냄으로써 알콜중독의 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됐다. 이 논문은 ‘발생과 생식’(2000년 6월)에 실려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최근 일반의 관심을 끌기도 한 흥미로운 연구였다. 최완성 교수는 “청소년기의 알콜 남용이나 임산부의 알콜 섭취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호르몬연구센터가 설립된 것은 지난 1995년. 과학재단은 그때까지 진행돼온 전남대의 호르몬 연구성과를 인정하고 농축산과 밀접하게 연관된 지역특성을 감안하여 이곳을 우수과학연구센터로 지정했고, 연구센터는 설립된 지 불과 6년만에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연구센터에서 초점을 두는 분야는 동물의 생식과 관련된 호르몬작용 즉 생식생물학, 생식내분비학, 분자내분비학 등이다. 이들 분야의 연구 결과는 내분비 이상에서 오는 질병의 치료, 가축 증산, 신약 개발, 피임 등에 응용될 요긴한 지식을 제공하리라 기대되고 있다. 권혁방 소장에 따르면, 호르몬연구센터는 앞으로 3년 안에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벤처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곳의 연구성과는 과학재단의 연구비 지원과 대학의 시설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8명의 연구원에게 1천㎡의 연구공간이 주어지는 등 여유 있는 연구환경에서 효율적인 연구가 진행된다. 그러니 이곳 연구센터가 그동안 축적된 연구성과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연구센터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RIA (Radioimmunoassay: 방사선에 의한 면역 측정법) 분석서비스와 기술자문. 호르몬은 영양물질이 아니라 신호물질이기 때문에 생체내에 존재하는 양이 매우 적다. RIA란 인체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의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서 호르몬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서비스 이용자에는 병원, 대학, 국내외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포함된다. RIA 담당자인 안연섭 박사에 따르면, 샘플분석을 의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도록 자체 분석이 가능한 키트도 개발 중에 있다.
호르몬연구센터가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후진양성. 1996년에 연구센터 산하의 대학원 협동과정 ‘분자내분비학과’을 설립했다. 이 학과에는 7명의 전임교수와 함께 생물학, 미생물학, 약학, 식품영양학, 수의학, 의학, 유전공학 등을 전공한 교내외 다양한 학과의 교수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호르몬 연구는 학제간 연구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공자의 설명이다. 분자내분비학과는 대학원생들에게 등록금 일체를 지급하고 우수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보조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수 인력을 흡수하고 있으며, 연구센터와 국제협력협약을 맺고 있는 중국 남경농업대학, 미국 스탠포드대학, 일본 군마대학, 인도 비스바-바라티 대학 등의 외국 연구기관에서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아 기자 anonio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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