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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義論 공부가 ‘의료복지사업’으로 연결”
“正義論 공부가 ‘의료복지사업’으로 연결”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12.3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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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황경식 ‘꽃마을 한방병원’ 이사장(서울대 철학)
 

지난 1995년 강남에서 잘 나가던 개인 ‘한의원’에서 1백억원의 거액을 출연해 의료 공익법인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경식 서울대 교수(철학과). 물론 황 교수는 한의사가 아니다. 그의 부인이 ‘삼신할미’로 유명한 강명자 병원장이다. 황 교수는 이사장으로 병원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교수와 의료 공익법인 이사장. 독특한 사회참여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황 교수를 만나 공익법인 활성화 방안,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생각 등을 들었다.

● 대담 : 이영수 발행인(경기대), 최영진 편집주간(중앙대)

● 일시 : 2004년 12월 23일 ● 장소 : 이사장실

 

▲황경식 명경의료재단 이사장 ©

△의료 공익법인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50세의 나이에 많은 돈이 생겼다. 이 돈도 사회가 준 복인데 부귀영화를 누릴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공익을 도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심을 했다. 따져보니까 1973년도부터 롤즈의 정의론을 연구한 것이 동기가 된 것 같다. 분배정의 등 정의문제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암암리에 작용을 했다.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는 게 좋지않겠냐’고 부인을 설득했다. 1년 동안 설득해 보건복지부에 1백여억원을 출연했다.”

 

△의료 공익법인 설립목적이 무엇인가.

“첫째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통한 현대화다. 한의학은 흙속의 진주인데 과학적인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인과적인 설명이 돼야 한다. 우리병원이 과학화에 앞장서 기여하고 싶다. 또 기본 틀이 갖춰지면 세계에 알리고 싶다. 두 번째는 의료를 통한 사회봉사다. 한국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고급의료는 있는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한테 혜택을 나눠 의료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공익사업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의료를 통한 사회봉사는 무료진료와 무료건강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서초구, 방배구, 관악구에 소재한 사회복지관을 대상으로 많을때는 연 1백회, 적을때는 연 70~80회의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료건강강좌도 2주에 한번씩 꼭 진행한다. 개원이후 1백20~30회를 진행했다.

 

학술․교양․기부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재단이 한국철학회에 출연해서 ‘다산철학강좌’를 9회째 열었다.  그동안 아펠, 지젝, 테일러를 초청했고, 올해는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외국의 저명한 철학교수들을 초청해 강좌를 여는데 2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김태길 선생이 ‘철학과 현실’이라는 잡지를 만드는데 매달 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선우중호 전 총장이 재직할 때부터 서울대 발전기금을 내고 있는데 철학과 발전기금으로 지정해 ‘명경논문상’을 만들었다. 물론 병원장인 부인도 경희대 발전기금을 넣고 있다. 이외에도 소년소녀가장돕기 출연도 하고 있다. 석문복지재단 설립에 참여해서 이사장을 오래 지냈고 매달 70~1백명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교수로서 학교일도 만만치는 않다. 교수와 경영인 두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나.

“솔직히 두가지 역할 모두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일에는 전력투구하기가 어려워보직을 맡지 않는다. 학교총장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 조건은 무보수 이사장, 무보수 봉사를 전제로 했을때 가능하다. 보수를 받으면 사외이사가 된다. 서울대에서 월급을 받을때까지는 여기서 봉급을 못받는다. 총장에게 2년마다 한번씩 갱신해 허가를 받고 있다.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내가 윤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병원운영도 윤리경영으로 이어졌다. 처음 이사장을 맡을때부터 인간경영, 윤리경영을 강조해 왔다.”

 

△철학과 교수로서의 활동은 어떻게 하나.

“4년전에 철학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를 심각하게 느껴 서울대 철학과 17명의 교수들이 회의를 가진적이 있다. 인문학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내가 기획팀장을 맡아 ‘기획과목’을 개설했다. 3년전부터 ‘생명의료윤리학’을 개설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첫해에는 2백명이 수업을 듣다가 다음학기에 4백명, 8백명까지 늘더니 지금은 2천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 철학 교수들이 고객을 너무 무시했다는 반성이 들었다. 그 이후에도 ‘정보사이버윤리’, ‘성철학, 성윤리’ 등의 과목을 개설했다. 핵심은 철학이 고객의 눈높이를 알고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또 철학강연을 많이 다닌다. 20년전부터 철학교육, 특히 어린이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엔 유치원 원장 1백여명을 모아놓고 ‘어린이와 철학의 만남’이라는 강의를 했다. 철학이 현실과 유리돼 있으면 철학도 죽고 현실도 죽는다. 그래서 이 둘의 소통을 위해 김태길 선생이 중심이 돼 ‘철학과 현실’이라는 일종의 동인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기부문화, 사회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사회에서 많이 받았으니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데, 사회적 부채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부채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나. 대학교수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자기역할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지만 교수들이 사회봉사에 인색한 것 같다. 지식도 사회환원을 해야하고 가능하다면 돈도 기부해야 한다.”

 

△병원경영은 특수한 영역인데, 다른 교수들에게 이런식의 독특한 사회참여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철학하는 사람이 의료계의 경영을 맡는 것은 우연의 산물이다. 의도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윤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경영기법과는 달리 윤리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강하게 갖고 있어서 도움이 됐다. 생명의료윤리를 연구했기 때문에 의료업하고도 관계가 깊다. 경영기술도 필요하기 때문에 인제대 의료경영자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만약에 자기전공과 접점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행하기가 힘들 것 같다. 자기전공 분야와 연관성이 적으면 기부할 것도 적어지기 마련이다.”

 

△공익법인 설립 등 공익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최근에 조금씩 자라고 있는 기부문화를 활성화 시킬려면 국가가 정책적인 제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 우선, 세제상의 혜택과 금융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공익법인으로 재산을 환원해서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모든 이익금은 목적사업에 재투자하거나 무료사회봉사에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무료봉사고, 부인은 오너가 아니라 관리 병원장으로 일정한 금액의 월급을 받는다. 그 이외에는 손댈 수가 없다. 그런데 상황이 어려우면 오히려 손해를 보니까 아무도 안하려고 한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분위기만 만들어 주면 기부할 사람은 많다. 국가에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리,사진 :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약력소개] 1947년 生. 서울대 철학과 졸업, 서울대 박사. 육군사관학교 철학과 조교수, 동국대 철학과 교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한국환경철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부회장, 한국사회․윤리학회 회장 역임. 현재 천주교 석문복지재단 이사장, 로마교황청 생명의료윤리 연구 협조위원을 맡고 있음. 저서로 ‘사회정의의 철학적 기초’(1985), ‘개방사회의 사회윤리’(1995), ‘시민공동체를 향하여’(1997), ‘철학, 구름에서 내려와서’(200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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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객 2005-01-07 11:18:07
부인이 하던 개인병원을 법인으로 만들어 이사장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데, 무슨 사업을 하신다는 것인지요? 요즘 무료진료 정도의 '복지사업' 안하는 의료재단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복지부에 돈을 출연하다니요? 그건 그냥 가지고 있고 접인에 출연하는 형식으로 하는 것이지요. 누가 보면 실제 기부한 줄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