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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교육 質 제고가 경제살리기다
[교수논평] 교육 質 제고가 경제살리기다
  • 전성인 / 홍익대
  • 승인 2004.12.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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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과 ©
  2004년 한국경제는 어려웠다. 2005년 한국경제는 더 어려울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서는 두 해가 모두 비슷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2004년의 어려움은 당초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음에 비해 2005년의 어려움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많을 것을 예상하게 만든다. 

 

우선 정부는 적어도 2004년 초반기에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천명했다. 아마도 이제 이런 지당한 말은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온갖 종류의 경기부양책이 이런 저런 형상을 하고 고개를 들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확대, 지역균형발전, 한국형 뉴딜,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완수 등 우리 귀에 익숙해져가는 각종 구호는 경기부양책의 다양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인위적인” 것이다. 

 

모든 경기부양책은 돈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모든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돈’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내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국민연금을 포함하는 각종 연기금이 그 주된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 돈이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사용될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연기금은 아마도 이번 정부가 가장 아끼는 도깨비방망이가 될 것 같다. 그것을 이용하면 떨어지는 주가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면 외국자본의 수탈로부터 국내자본을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면 부실기업을 매각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면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용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면 공기업 민영화도 적당히 처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이용하면, 또 그것을 이용하면...... 

 

그러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투입되는 돈은 조만간 휴지가 될 것을 각오하고 집어넣은 돈이다. 따라서 위에 열거한 여러 경기부양책 중 그것이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인 한 그곳에 투입되는 돈은 회수불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을 연기금이 직접 부담하면 연기금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이런 위험을 국가가 대신 떠안으면 연기금은 멀쩡할지 모르지만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금이 가게 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모든 정권은 경기부양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 그 정권이 훌륭한 경제정책을 펴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는 이런 유혹을 얼마나 꾹꾹 누르며 바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난 십여년 동안의 여러 정권은 모두 이런 유혹을 떨쳐 버리는데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금융기관이 넘어가고 재정은 부실해지고 가정은 신용불량의 공포에 떨게 되었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경제성장론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요소는 ‘훌륭한 인적 자본의 축적에 기반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다. 물론 생산성 향상 노력은 기업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인적 자본의 축적을 도와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등교육의 질적 강화이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곳도 여기이고, 훌륭한 인적 자본을 배출하는 곳도 여기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등 고등교육의 질적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각종 입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수많은 시일이 흘렀다. 이 법들은 교육을 위한 법일 뿐만 아니라 경제를 위한 법이기도 하다. 교육제도가 바로서야 고등교육이 바로서고 고등교육이 바로서야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기금 근처에서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교육제도를 정비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2005년이 어렵더라도 그 이후의 미래는 밝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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