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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두발걷기부터 어떻게 진화해 왔나
인류, 두발걷기부터 어떻게 진화해 왔나
  • 김경진
  • 승인 2021.06.1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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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루시의 발자국』 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 남진희 옮김 | 틈새책방 | 376쪽

 

선사유적지인 아타푸에르카에서 시작된 여행
가벼운 주제로 일상과 대화하듯 과거로 가다

최근 일과 관련된 책을 제외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책을 읽어본 것이 언제인지,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한동안 책장 사이를 통통 튀듯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적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책 표지의 색과 그림, 쓰여진 글귀와 같은 책의 외형을 선택 기준으로 삼기도 했고, 지은이와 옮긴이 등을 살펴보면서 나름의 내용을 유추해 보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선택하고 첫 장을 넘기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손에 든 『루시의 발자국』 표지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참을 보고만 있었다. 책 제목에서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루어진 루시가 떠올랐다. 그 중 선사고고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로 인류 초기 조상 중 하나인 루시가 먼저 떠올랐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것은 파란 물결 위로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하고 지적인 인간 진화 탐구 여행’이라 적혀있는 문구와 선사시대 활을 들고 사냥감을 쫓는 작은 사람들이 모여 이룬 표지의 그림이 더해져 아주 경쾌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그러나 이런 첫인상과는 달리 인류 진화와 관련된 긴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현학적이며 지루한 내용을 담고있을 것 같은 편견을 주었다.  

‘루시의 발자국’은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와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라는 두 사람의 독특한 조합이 풀어낸 인간과 진화를 주제로 한 책이다. 인류가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 약 95퍼센트는 선사시대로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영역은 극히 일부분으로 루시의 발자국을 따라가기엔 너무나 벅찰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작가와 고생물학자의 독특한 조합, 게다가 알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의 대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너무나 가벼운 주제로 일상의 대화를 하듯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에 주목하며 인간과 진화에 관한 어려운 주제들을 풀어갔다.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독특한 조합
 
첫 장에 등장하는 부루고스 주에 있는 선사유적지인 아타푸에르카를 다녀와 ‘할아버지를 뵙고 왔어요’로 시작해 마드리드의알무데나 묘지까지 두 사람은 스페인 곳곳을 함께 다니며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간다. 산과 공원, 박물관, 시장, 놀이터, 장난감 가게 등 우리 주변의 일상 공간에서 인형, 철봉, 시소, 과일가게 등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류의 두발걷기와 인체구조의 진화, 본성에 대한 탐구, 영장류의 생존 전략, 포유류의 새끼와 생존 전략, 운동의 생체역학 등을 아르수아가라는 학자의 입을 통해 고인류학 및 인간 진화 생물학 등 다소 어려운 학문적 지식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보거나 사용하는 일상의 사물과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들이 거대하다고 믿는 인류의 진화를 포함하는 학문적 영역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우면서 아무렇지 않게 풀고 있다는 점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저자는 현대인들이 과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루시의 발자국』을 따라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인간의 진화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 등의 방대한 지식을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내어줄 수 있는 인류학자를 만난 것 같았다. 책 속의 장을 넘어 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흥미로운 주제를 작가의 창의성과 학자의 지식이 결합되어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어 쉽게 발자국들을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은 특별한 사전 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어 누구에게나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책이 될 것이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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