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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 김용준 교수
  • 승인 2004.1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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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함석헌:52

내가 본 함석헌 [52]

<천하의 씨알 여러분 더욱더 깨끗하시고 씩씩하시기 바랍니다. 하늘 걸음은 언제나 씩씩한 것입니다(天行健). 그러므로 씨알(님의 아들-君子)은 스스로 굳세이 쉬지 않는(自彊不息) 법입니다.
“말씀 안에 생명이 있다. 생명이 사람의 빛이다. 빛이 어둠 속에 비치니 어둠이 그것을 가둬두지 못하더라”했습니다. 「씨알의 소리」등록취소라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까? 그러지 않으셨을 줄 믿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늘이 무너지고 모가지가 달아나도 씨알은 아니 놀라는 것입니다. 놀라지 않음이 믿음입니다.
그러므로 씨알은 변함없이 소리를 낼 것입니다. 누가 내는 것이 아닙니다. 씨? 자체가 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들으시기를 힘써야 합니다.
2천년 전 중국 천지가 부국강병(富國强兵)주의의 전쟁으로 끓는 솥 안같이 요란하여 씨알들이 개 닭 무리처럼 짓이김을 당할 때 그것을 건져주려고 홀로 맑은 소리를 냈던 장자(莊子)는 “너는 사람의 소리를 듣지만 땅의 소리를 듣지 못하지, 땅의 소리는 듣지만 하늘 소리를 듣지 못하지” (汝聞人?而未聞地? 汝聞地? 而未聞天?)했습니다.
세월이 화평하여 길이 열려 있을 때 우리는 말과 붓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지러워 길이 막힐 때는 ‘듣는 귀’ ‘보는 눈’이 있음을 알기 위해 우리는 귀와 눈으로 듣고 보지 않고 직접 마음으로 하늘 소리를 듣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지금은 말세입니다.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 입니다. 이제 하늘 소리를 여러분이 직접 들으셔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하늘나라 중앙방송국에서 초단파를 타도록 애타는 기도를 할 것입니다.
언제든지 초단파에 맞추어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뜨겁고 빛이 환해질 때까지”> (전집 8: 480)

전두환보안사령관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약 3개월 전인 1980년 5월 31일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國家保衛對策委)라는 것이 신설되고 11대 전두환대통령이 취임하기 약 한달 전인 7월 31일에 172개 정기간행물의 등록취소라는 조치가 내려진다. 172개의 정기간행물 안에 <씨알의 소리>지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1980년도 7월호 <씨알의 소리>지에는 위의 선생님의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은 실려 있지 않다. 그러니까 <씨알의 소리>지가 등록취소로 폐간된 직후에 우편으로 <씨알의 소리>지 독자들에게 부쳐진 선생님의 마지막 편지라고 보아서 대과는 없을 것 같다.
1988년 12월 통권 96호가 복간호로 발행될 때까지 무려 8년여를 휴면상태로 들어갔었던 것이다. 1980년 7월호가 통권 95호였다.

<씨알의 소리 애독자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너무나 오래간만입니다. 어떻게 이 모진 역사의 풍랑을 이겨 오셨습니까?
여러분이 이미 아시는대로 “씨?의 소리”는 1980년 7월 갑자기 들어선 군사정권의 칼에 잘린지 8년만에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저들은 씨알을 칼로 자르면 쉽게 죽을 줄 알았겠지만 씨알은 죽지 않습니다. 죽는 법 없습니다. 죽이면 죽은 것 같으나 다시 살고 다 죽어 없어졌다가도 굳은 땅껍질을 들추고 일어나는 들풀같은 씨?입니다.
나도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불의한 세력들은 나를 연금, 미행, 도청 등 갖은 방법을 다해 나의 입을 막고 나의 붓을 꺾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전국 곳곳 어느 산 어느 골짜기 골짜기 마다 이름모를 수많은 씨알들의 꿈틀거림, 작은 외침, 부르짖음이 함성이 되고 마침내 도도한 물결을 이루어 불의의 세력들을 밀어부친 것이 작년 6월의 싸움이 아닙니까?
이때 나는 갑작스러 병을 얻어서 병원에 누워 있었고 마침내 대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오늘까지 병원을 드나들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이미 여러번 기회있을 때마다 말한 바 있지만 나의 힘이 아니라 이름모를 수많은 씨?들의 힘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씨알 뒤에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씨알 여러분의 힘에 의해 내가 있습니다. 씨알의 소리도 이제는 여러분의 소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는 12월에 복간호(통권 96호)를 낼 계획입니다. 편집위원들이 새로 구성이 되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위의 글은 그야말로 <씨?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글이다. 선생님 돌아가시기 3개월 전의 <복간호> (1988년 12월)에 실린 선생님의 마지막 글이다. 그러나 이 글은 병상에서 구술하신 것을 필사해서 실은 글이다. 그러고 보니 사실상 선생님께서 맘먹고 쓰신 마지막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는 1980년 7월호에 실려 있는 <治人事天莫若嗇>이라는 제목의 글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하나의 역사적인 민족으로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아니될 참말은 뭐냐하는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을 하려면 욕심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안됩니다. 내 나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적이라는 저 나라를 위해서도 싸웁니다. 의는 내나라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적이라는 저 나라를 위해서도 싸웁니다. 의는 내 나라에만 있는 것 아니고 저 나라에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법에서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 할 때의 화는 내나라 국민을 사랑한단 말만 아니고 저쪽 적국이라는 저쪽의 국민을 더욱더 생각하라는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욕심이란 무엇입니까? ‘나’, 나입니다. 모든 일에 나 하나가 들어가면 다 썩어버립니다. 국민이 썩으면 사치를 합니다. 옷을 지나치게 입고 먹기를 지나치게 하는 것만이 사치 아닙니다. 말에도 글에도 생각에도 권력에도 사치가 있습니다. 필요없이 하는 것은 다 사치입니다. 사치하는 마음은 남을 위하지 않고 나만을 아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한번 그런 마음이 들면 끝이 없습니다.
오늘 오리 국민이 이런 어려운 시국을 만나게 된 깊은 의미는 우리에게서 들뜬 기풍을 제해버리라는 데 있습니다. 나는 우리 역사를 고난의 역사라고 합니다. 이 생각을 나는 일제시대에 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한 국민이 위대해지는 것은 반드시 그 땅이 넓고 강한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타고난 밑천이 그것을 할 수는 없다. 도리어 우리는 남들이 그런 역사관을 가지는데서 희생된 것이 우리의 처지이므로 우리는 그것이 죄악이라는 것을 가르쳐, 세계에 많은 약소국민으로 하여금 낙심하지 않고 평화적인, 모든 인류가 하나를 살아갈 수 있다는 평화적인 새 문화를 창조하게 하는데 우리 사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해방 후 세계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오늘의 세계뉴스를 들어보면 곧 알 수 있습니다. 내 해석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경험을 옳게 살려내지 못하고 점점 더 사치한 문화, 더 악질적인 전쟁으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나서 중국 천지의 참혹한 꼴을 보고 노자는 치인사천막약색(治人事天莫若嗇), 사람 다스리고 하늘 섬기는 데는 그저 아끼는 것만 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정치과열이란 말이 요새 유행했습니다만 그때도 정치과열한 것입니다. 그러면 국민이 들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오늘의 걱정은 들뜬 데 있습니다. 들떠도 실속도 없이 들뜬 것입니다…. 그 원인을 또 찾는다면 깊은 철학(혹은 신앙심이라해도 좋습니다) 없는 것이 그 원인입니다.>

위의 선생님의 <씨알의 소리>를 통한 마지막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 주시는 선생님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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