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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사료 번역 줄지어
희귀한 사료 번역 줄지어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1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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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표해록』 최부 지음| 서인범 외 옮김| 한길사 刊| 660쪽
『박물지』 진 장화 지음| 임동석 역주| 고즈윈 刊| 515쪽

그동안 고전의 영역에서 비껴나 있던 옛 문헌들이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따라 현대어로 재탄생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책들에서는 고전의 반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희귀한 정보들이 상세한 역주와 함께 제시되고 있어 관련 사학전공자들이나 문화인류학, 지역학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1차 사료가 될 자료들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 견줄만한 중국기행문이 바로 ‘표해록’이다. 일본에선 1769년 이미 번역됐는데, 국내에선 이제야 완역본이 나왔다. 5백여 년 전(성종 19년), 제주에 파견된 전라도 출신의 선비 최부는 아버지 부음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일행 42명과 함께 고향길에 오른다. 하지만 바다에서 큰 풍랑을 만나 구사일생한 후 낯선 대륙 중국에 다다른다.

최부 일행은 왜구로 오인받아 심한 고초를 당하나 우여곡절 끝에 장장 6개월 동안 8천8백리나 되는 강남지방과 북경을 두루 거쳐 귀로에 오르게 된다. 자유 여행객은 아니었지만, 조선의 관인들조차 갈 수 없었던 강남의 도시들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색다른 서술을 보여준다. 왕의 명을 받아 집필하게 된 이 책은 명나라의 지리, 민속, 언어, 문화, 조선과의 관계사 등 중국문헌에서도 볼 수 없는 정보를 담은 희귀 자료집이다. 또한 조선지식인으로서의 국가관, 윤리관, 유교관이 교차하면서 중국 실상을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이 드러나는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博物志’는 이름 그대로 ‘사물에 대한 해박한 내용을 다룬 고대중국의 대표적 기록 중의 하나이다. 땅과 지리, 기이한 풍속과 산물, 각종 사건과 신선, 방술은 물론 의학, 본초, 생태, 화학, 물리 등 다양한 지식이 그득 담겨 있다. ‘문인들의 지식욕에 의한 기록물’ 중 하나인데, 특히 ‘고대인’의 세계관과 생활, 경험과 상상력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중국학술이 가장 찬란했던 시기가 춘추전국시대라면, 중국문학이 양질의 도약을 기했던 때가 위진남북조라 한다. 이러한 시기에 소설형식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志怪소설이라는 것인데, 현대적 의미의 허구적인 소설이라기보다는 괴이하고 잡다한 사물에 대한 기록을 의미한다. 이 지괴소설의 대표적인 것으로 ‘박물지’를 비롯한 ‘수신기’ 등이 꼽힌다. 

책에서 일부내용은 고서적에 근거하고 있으나, 산천지리의 지식, 역사인물의 전설, 신비한 동식물의 습성, 괴탄스럽기 그지없는 신화, 전설 등은 그 자체가 원형자료인 것도 상당수일 만큼 중요한 자료들을 많이 담고 있다. 이 책의 역주자인 임동석 건국대 교수는 연관된 내용들이 있을 때마다 관련 자료들을 찾아 비교해가며 출처와 해설을 달았는데, 박물지를 더욱 박물지답게 하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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