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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 최악의 사건과 대학가 최대 이슈
2004년 한국 최악의 사건과 대학가 최대 이슈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1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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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건 ‘대통령 탄핵’…최대 이슈 ‘사립학교법 개정’


합리성과 논리보다는 ‘너는 어느 편이냐’가 중요했던 한 해였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사회를 분열로 이끌었던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위헌판결’은 ‘2004년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건’ 1·2위에 올랐다.


류해춘 성결대 교수(한국학부)는 “다수당이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최악의 선택을 했고, 그후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및 한국 정치에 더욱 실망하고 관심이 멀어지게 됐다”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 최병문 상지대 교수(법학과)는 “공존과 민생을 위한 정치력 부재로 한국의 정치수준의 열악함을 세상에 알린 계기다”라고 말했다.

‘수도이전위헌판결’을 최악이 사건으로 지목한 조명화 서원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힘을 사용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사용하기만 하면 옳고 그름과는 관계없이 국가적 과제조차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라고 개탄했다. 한국사회가 전근대적인 후진성으로 역주행하려는 동력을 훨신 더 많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법과 정의보다는 힘에 의해 움직이는 현실을 고스란히 훈습한 고3 학생들의 ‘수능부정’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한규 인제대 교수(특수교육학과)는 “수능부정사건은 우리 사회를 짋어지고 나갈 2세들의 마음 속에 편법과 불의와 적당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 교육을 책임진 교수 입장에서 수능부정은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수범 인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이번 수능 부정 사건에 대해 교육자의 입장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고, 윤용남 성신여대 교수(윤리교육학과)는 “한국의 교육이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서는 결코 미래가 없다”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교수들은 2004년 계속된 ‘경제불황’ 역시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8백만 시대, 대학 졸업생의 미취업난은 대학사회에서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이기 때문이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국어과)는 “먹고사는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보다 기본”이라고 일갈했다.

교수들 대부분은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도 한국 사회에서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8월에 있었던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선전만이 불행한 대지에 행복한 빗줄기가 됐다. 문대성 선수의 뒤후려차기에 이은 KO승은 답답한 가슴을 뚫어줬고, 비인기종목인 여자핸드볼 선수의 불꽃 투혼은 노력하는 자의 행복한 결말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기만 했다.

교수들은 또 황우석 교수(수의학과)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성공을 2004년의 쾌거로 선정했다. 비록 윤리성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세계최초로 인간 배아복제와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치매 및 난치병 치료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사회를 둘로 쪼갰던 ‘사립학교법 개정’은 대학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사회과교육)는 “사익보다는 공익이 앞서야 하는 교육계가 사익을 이유로 폐교 협박을 하면서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교수는 “극히 일부 사학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대학 전체로 일반화해 그것을 제도적으로 고쳐보겠다는 정책 발상은 다소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가 현행 사립학교법을 엄정히 지켜 파행이나 비리가 있는 사학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도 2004년 대학 사회를 어수선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교수들은 대학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지방 사립대는 학생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대학은 교수를 충원하는 방식으로 대학구조를 ‘개혁’하려든다면 위기에 빠진 지방대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도 대학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였다. 고등교육은 중등교육을 믿지 못해 학교마다 등급을 나눠 적용하고, 중등학교는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내신을 부풀리기한 사실은 우리 교육의 씁쓸한 자화상이었다. 김시천 숭실대 강사(철학과)는 “고교등급제와 같은 차별문화가 대학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점은 대학사회의 가장 큰 문제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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