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2004년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사자성어로‘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는 공격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黨同伐異’를 꼽았다.
교수신문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본사에 기고했던 필진과 주요 일간지 및 지역 신문 칼럼니스트 교수 1백6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4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정리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黨同伐異’(19.8%)를 선정했다. 당동벌이는 後漢의 역사를 다룬 『後漢書』「黨錮列傳」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연초부터 세밑까지 정치권이 정파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것은 선정의 가장 큰 배경이 됐다. 대통령 탄핵, 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폐지안·언론관계법·사립학교법 개정안·과거사규명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에서 당리당략만 보일 뿐,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나 합리적인 대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년 내내 지속된 정쟁과 끝을 알 수 없는 경제불황으로 갈피를 잡지못한 상황을 빗댄 ‘支離滅裂’(16.0%)과 ‘泥田鬪狗’(16.0%)도 2004년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 목록에 올랐다. ‘進退兩難’(8.0%), ‘理判事判’(8.0%) 등 역시 순위에 올라 전반적으로 대립하고 정체된 한 해로 기억됐다.
‘2004년 한국 최악의 사건’으로는 ‘대통령 탄핵’(44.4%)을 꼽았다. 교수들은 대통령 탄핵이 합리적인 이유와 명분보다는 당파적인 이해관계를 근간으로 시도됐고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선정된 ‘수도이전위헌판결’(17.9%) 역시 이러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암담케 한 ‘수능부정’(14.8%), 계속되는 ‘경제불황’(3.7%)도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억됐고, ‘유영철 살인사건’(3.1%)과 ‘이라크 파병’(3.1%) 역시 최악의 사건 중 하나였다.
‘2004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2.2%가 ‘기분 좋은일 없음’이라고 대답해 전반적으로 우울한 한 해로 정리됐다. 하지만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한국선수 선전’(12.3%),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복제 성공’(10.5%)은 2004년의 쾌거로 선정했고, ‘4?15 총선 결과와 진보정당의 국회입성’(8.6%),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8.0%) 역시 기분 좋은 일이었다.
‘2004년 대학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는 ‘사립학교법 개정’(30.2%)이라고 대답했다. 교수들은 이번 설문에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이 대학 민주화의 초석이 될 수도, 건전사학을 해치는 개악된 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올 한해 대학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음을 방증했다. 이외에도 최근 각 대학에 긴장감을 불어 일으키고 있는 ‘대학구조조정’(25.9%), ‘대학 및 교수 정체성 위기’(14.2%), ‘대학입시’(5.6%), ‘교육부 주도 대학정책’(4.3%) 역시 대학가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