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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김정수 고려대
  • 승인 2004.1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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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김정수 교수(고려대·행정학과)

올해 1학기에 담당했던 신설교양과목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는 개인적으로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국제대학원에서 4년, 그리고 서창캠퍼스 행정학과로 옮긴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수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여러 과목들을 강의했었지만 이 과목만큼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 수업은 없었다.

 

학기말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수강소감 설문조사 결과 최고점수로 석탑강의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강생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과, 아울러 학생들과 나, 그리고 학생들간에 매우 친밀한 가족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 참으로 가슴 뿌듯했다.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는 제목 그대로 우리 사회의 각종 이슈들에 관한 영화를 매주 한 편씩 감상하고 그에 관해 토론하는 수업이다. 내 홈페이지를 통해 이 과목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포탈사이트에 전용 카페를 개설했다.


수업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미리 그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해 제출하도록 한다. 멀티미디어 강의실에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감상한 후에 학생들에게 생각해 볼 질문을 4, 5개 정도 제시한다. 그리고 카페 게시판에 이 질문들에 대한 각자의 소감문을 쓰고 또 다른 학생들의 글에 대해 코멘트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음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쓴 글을 중심으로 다시 질문을 던지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주 이런 식의 수업을 통해 관료부패, 성차별, 동성애, 외국인 이주노동자, 교육, 매매춘, 핵무기, 가정붕괴 등 우리 사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이슈들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토론해보았다.

이 수업을 통해 내가 강조했던 것은 어떤 이슈든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신의 논리를 펼쳐보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나는 일방적인 강의는 일체 하지 않고 그저 학생들에게 질문에 질문을 이어서 던지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논리를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 때로는 일부러 극단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의 상호 비판을 장려하기 위해 카페 게시판을 적극 활용했다. 예를 들면, 카페 게시판의 다른 학생들의 소감문에 의무적으로 비판의 댓글을 달도록 했는데, 처음에는 주저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온라인 토론의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이것이 강의실에서의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게 됐다.

한편 토론의 긴장도 해소하고 수강생들과의 친목도 다질 겸해서 수업시간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만남의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했다.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에 술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고, 때로는 카페 게시판에 번개공지를 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다. 카페에는 의무적으로 자기 사진과 소개글을 올리게 했는데 다양한 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수강생들 사이에 친밀감이 조성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수업과 수업 외 시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학생들과 나, 그리고 학생들 상호간의 대화와 만남이 쌓이면서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이 수업의 마지막 종강시간은 마치 학예회와도 같았다. 학생들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여 클래식 기타연주, 독창, 중창, 심지어 스포츠 댄스 시범까지 보여주었고, 나 역시 전기기타로 몇 곡을 연주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편곡·녹음해두었던 기타연주곡들과 몇몇 학생들의 노래를 새로 녹음해서 음악 CD를 만들고 표지까지 멋지게 디자인해서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그 CD의 제목이 바로 ‘영화로 읽었던 한국사회’였다.

 

얼마 전 석탑강의상 수상기념으로 이 수업을 들었던 여러 학생들과 다시 한번 즐거운 모임시간을 가졌었다. 학생들이 지난 수업을 회상하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많은 과제와 계속되는 토론으로 힘은 들었지만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라는 것이었다. 내년에도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이렇게 기억에 남은 수업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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